스프링 피버

by 벼리


지인이 입춘 문자를 보내왔다. 아직 눈이 응달에 남아있는데, 그녀는 바람 결이 달라졌다고 했다. 도착하지도 않은 봄을 먼저 예감한 것이다. 나는 따뜻한 생강차를 양손으로 감싸쥔 채 문자를 읽었다.


봄을 기다리지 않았다. 무기력한 감정에 눌려 하루를 보내는 날이 많다. 아무 것을 하지 않았는데도 지친다. 김춘수는 이 시기를 ‘이름 붙일 수 없는 감정의 상태’라고 했는데, 요즘 내가 꼭 그렇다.


정지된 시간에 서 있는 느낌이다. 마음에 소중한 무엇이 뭉텅이로 빠져 나간 듯한 상태로, 겨울과 봄이 겹쳐있는 창밖을 오래 바라본다. 가까운 도로에서는 자동차 소리가 줄을 잇고 간간이 사람들 말소리가 스친다. 고요와 소란스러운 이 평행이, 입춘의 정서일까. 봄을 맞이하지 못한 마음이 몸을 피곤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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