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겨진 자리

by 벼리


102호 할머니가 이사를 갔다. 병원에 입원한 지 두 달만이다. 한 동안 102호에 불이 켜지지 않아 궁금했다. 자주 드나들던 사위는 할머니가 요양보호사와 나들이를 갔다가 넘어져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고 했다. 병원 이름은 알 수 없었다.


할머니가 102호에 이사오려고 할 때 나는 잠시 망설였다. 사위는 근처에 자신들이 살고 있으니 염려 말라고 했다. 1층을 지날 때마다 102호 앞에 잠시 멈추곤 했다. 우려와 달리 할머니는 건강 관리를 잘 했고, 정갈했다.


할머니는 냉이를 한 아름 건네며 딸 이야기를 했고, 떡을 내밀며 며느리 자랑을 했다. 따뜻한 날에는 현관에서 퇴근하는 나를 기다렸다. 추운 날에는 집 안에 있다가 3층으로 오르려는 나를 불러 세웠다. 할머니는 내 발소리를 듣기 위해 고요하게 귀를 기울였을 것이다.


후 서너 달이 지나 할머니께 전화를 했다. 다행이 늦지 않게 전화를 받았다. 할머니는 나를 기억하지 못했다. 안부만 오갔고 내놓지 못한 말은 삼켰다.


불빛이 세어 나오던 102호 앞에서, 나는 여전히 기척을 살피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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