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잠자는 것을 좋아한다.
잠을 잘 때만큼은 생각하지 않아도 되니까. 혹은, 지금 이 상황에서 잠시 도망칠 수 있어서일까.
사실 무엇이 이유인지, 어떤 것이 정답인지 잘 모르겠다.
그저 깊은 잠을 자는 일이, 어쩌면 나만의 도피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언제는 좋지 않은 생각에 물들어 하루 종일 울다 지쳐 잠들곤 했다.
그렇게 잠들면, 다음 날 아침만큼은 조금은 괜찮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있었다.
아무렇지 않게 일어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
그 기대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그것이 습관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그 깊은 잠조차 쉽지 않은 날들이 생겼다.
피곤한 하루였음에도, 눈을 감으면 오히려 생각이 더 또렷해졌다.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눕는데, 머릿속은 오히려 더 분주했다.
눈꺼풀은 무겁고, 마음은 가벼워지지 않았다.
그럴 때면 이불속에서 뒤척이며 괜히 숨을 한번 길게 내쉬었다.
마음이 너무나 무거워 애써 외면하며, 눈을 감고 또다시 잠을 청했다.
잠이라는 이름의 도피처마저 날 외면한 밤,
나는 나를 더 깊숙이 밀어 넣고 싶어졌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런 밤이 지나고 나면
가장 단단하게 버텨낸 날은 결국 나 자신이라는 걸 알게 된다.
도망치고 싶었던 건 맞지만, 완전히 무너지지 않기 위해 애썼다는 것도 사실이니까.
이따금은 생각한다.
잠은 단지 쉬는 시간이 아니라, 내 마음을 조용히 안아주는 시간일지도 모른다고.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하루의 무게를 내려놓는 일.
그게 나에게는 ‘깊은 잠’이었다는 것을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그래서 오늘도, 지친 몸을 이끌고 조용히 불을 끄고, 이불을 덮는다.
잠이라는 작은 위로 속으로 천천히, 조심스럽게 스며들기를 바라면서.
내일은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눈을 뜰 수 있기를,
잠시라도 나 자신을 잊지 않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