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자리

by 새벽

사람이 떠난 자리는 생각보다 따뜻하다.

그 사람이 나에게 인연이든, 악연이든 말이다.

삶을 살아가다 보면 언제나 좋은 사람만 만날 수는 없고,

그때는 미워했던 사람조차 시간이 지나면

결국 나에게 무엇인가를 남기고 간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된다.


그 사람을 떠올리면 아직도 마음 한구석이 아리기도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기억엔 미움보다 더 많은 감정이 섞여 있다.

후회, 이해, 고마움, 그리고 아주 조금의 그리움까지.


사람은 늘 지나가고, 자리는 늘 남는다.

그 자리에 머무른 기억들은 시간이 지나며

점점 더 부드러워지고, 내 마음 한켠에 자리를 만든다.

그때는 몰랐던 말과 표정, 무심했던 손짓 하나까지

이따금씩 기억 속에서 다시 살아난다.


지나간 자리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저 조용히 나를 변화시키고,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든다.

그리고 어느 날, 나도 누군가의 자리에

따뜻한 흔적으로 남게 되리라는 걸 알게 된다.

그래서 이제는 쉽게 미워하지 않으려 한다.

언젠가는 그 감정마저도 무너지고,

그 아래에서 또 다른 의미를 찾게 될 테니까.

그 사람이 내게 준 말 한마디,

혹은 떠나는 뒷모습 하나가

지금의 나를 만드는 조각이 되어 있었다는 걸,

나는 너무 늦게서야 깨닫곤 했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자리를 지나온 사람들이다.

그 자리에서 웃고, 울고, 상처를 주기도 받기도 하면서

조금씩 자란다.


떠나온 자리의 따뜻함은 그 순간엔 느껴지지 않지만,

시간이 그것을 감싸 안고

기억이라는 이름으로 되돌려준다.


지나간 자리를 돌아보며 나는 문득 그런 생각을 한다.

내가 떠나온 자리들에도 따뜻함이 남아 있기를.

누군가가 나를 기억할 때,

미움보다 미소가 먼저 떠오르기를.

그랬다면, 내가 살아온 날들이

조금은 괜찮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