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지에 갔다가 동사무소에서 필요한 절차를 진행 중이었다.
쏟아질 듯한 피곤함은 없었지만, 조용히 쉬고 싶었는데, 그런 날은 더 눈살이 찌푸려지는 일이
많다.
갑자기 짜증으로 찌든 큰소리가 좁은 공간을 뒤흔든 것은, 오후 근무가 시작된 지 20 여분이 지나서였다. 앙칼지고 무례한 나이 든 사람의
불만과 비난은 도를 넘었다.
"야, 월급을 받으면서 오라 가라야. 니가 공부를 안 해서 뭘 몰라서 그렇지. 내 동생이 한 말이 맞다니까. 그러니 공부 좀 하고 일을 하란 말이다. 알겠나?"
그러고도 계속 큰소리를 치더니, 직원에게 몸을 기울여 한 대 칠 기세였다.
그때 안쪽에 있던 관리 직원이 나와서
"우리 직원에게 무례하게 말을 하지 마세요.
아까부터 잘하고 있는데, 일 잘하고 있으니까
고함지르지 말고 기다리세요."
하자,
"왜 니가 그런 말을 해. 나는 야한테 말하는데."
"일 잘하는 직원에게 반말하지 마시고, 동생이
잘못 알았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다른 민원인들은 보이지도 않나요."
하는데, 불똥이 여러 곳으로 튀었다.
그때 한 민원인이 시끄럽다고 하자
"그라면 귀를 막아."
하자, 또 다른 민원인이
"시끄러워요. 시끄럽다고~"
라고 했다.
그때 고개를 그쪽으로 돌려서 봤다. 큰소리로 떠들던 사람을.
뒤에 시끄럽다고 했던 사람은 자신과 비슷한 나이였다. 고갤 돌려서 보는 나의 머리도 희끗희끗한 게 만만치 않아 보이는지, 한참을
정지화면처럼 멈추었다가 밖으로 나갔다.
잠시 후 다시 그 직원 앞에 앉아서 우리 동생이
그렇게 말했다고 하는 목소리는, 많이 누그러져 있었다. 그리고는 서류에 필요한 수수료는 안 내겠다고 하던 민원인을 보고 오래전의 일이 떠올랐다.
구비서류를 다 가져오라고 하자, 대뜸 불친절하다 는 말을 하던 민원인. 불친절의 범위가 어디까지 인지 모르겠지만, 그때는 참 막막했다.
갈수록 살기가 불편한 건 어른이 어른의 덕목을
다 갖지 못한 것이 아닐까. 대접받기만을 원하는
어른이 많을수록 사람과 사람의 거리는 멀어지는데.
아침에 도서관에 가서 오래전에 독서목록으로
두었던 [아무튼, 명언]을 빌려와서 다 읽었다.
그중에 편안한 어른이 되는 법이 있었다.
[아무튼, 명언] p153에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며, 건국대 교수인
하지현 교수도 세상살이가 그리 쉽지 않다고 한다.
나는 빛의 속도로 바뀌는 세상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아서 매일매일 깨지고 산다. 그래, 잘 살려면 조금은 긴장하고 살아야 하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