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어리광을 부려도 좋다

by 민교

가끔은 어리광을 받아주어야 한다.

특히 성인이 된 자식들이 보내는 어리광은.


세상살이가 어디라고 만만하랴마는 요즘 서울살 이는 더 그렇다. 비가 오면 집중호우고, 땡볕이라 하면 폭염경보다. 거기다 숨만 쉬어도 돈이 나가는 세상에 혼자 독립해서 산다는 건 큰 효도다.



전화가 뜸한 아들이 엄마를 찾을 때는 분명 어리광이 부리고 싶을 때다. 허리를 삐끗해서 아팠다는데, 그중에도 초파리 퇴치 작전으로 애를 썼다니, 안 봐도 눈에 선하다. 음식물 쓰레기 처리 기로 남은 음식물은 처리했지만, 배달 음식을 덮은 비닐이나 끈적한 무엇들을 싼 비닐이나 종이는

쓰레기봉투가 차도록 모았을 거다. 초파리는 사람 보다 생명력이 몇 배 강해서 그놈들을 처리하는 건 그리 만만치 않다.



아들이 6학년 때였다.

여름 방학의 어느 날, 급식으로 나온 메추리알 조림이 맛있었다고 만들어 달라기에 마트에서 싱싱하게 보이는 메추리알 몇 묷음을 샀다. 오르막에다 5층 같던 4층의 집에 와서 찬물을 마시며 메추리알 조림에 넣을 양념장을 만들고 있었다.

그때 메추리알이 든 비닐이'들썩'였다. 지금처럼 그날도 아침부터 사람을 찌듯이 하는 날이었으니 충분히 이해되었다.

땀을 뻘뻘 흘리며 가져온 공과 돈은 아까웠지만, 메추리알은 다 버렸다. 그 이후로 메추리알은 우리 집 반찬에서 제외되었다.



아들은 말은 안 했지만, 그때가 생각났을 거다. 그렇다. 사물을, 상황을 또렷이 기억할 수 있는 나이에 마주친 어떤 에피소드들에 귀 기울여주는

부모가, 형제가, 친구가 있다는 건 커다란 자산이다.



가끔은 어리광을 받아주어야 한다. 어떤 이야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말하지 않아도 먼저 알아듣고 말할 수 있도록, 다져놓은 속내는 쉽게 풀어낼 수 있는 그런 시간이 가끔은 있어야 한다. 그 분위기를 알아챈다는 것은 그 사람에 대한 깊은 신뢰와 존중이다.



아홉 살의 아들이 낮잠을 자다 일어나자마자, 자신을 손님으로 대해달라던 그 엉뚱하고 속 깊은

어리광을 가끔 들을 수 있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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