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 언제, 어디서 눈을 맞추어 보았는지?
♤ 무엇이 중한가
한 시인이 물었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라고.
난방기구도 조리기구도 스마트한 실내에 자릴 잡고부터 발로 찰 연탄재가 아니라 일부러 찾지 않으면 볼 수도 없는 연탄재.
연탄은 납작하고 동그란 기둥 모양이 수더분해 보여도 보기와 다르다. 19개의 구멍을 제대로 맞춰야 방도 따뜻해지고, 밥도 지을 수 있다. 가끔은 제 몸을 태우던 열기로 많은 사람을 아프게 했지만, 그 연탄이 사라지면서 우리는 서서히 눈 맞춤에 소홀해졌다.
어떤 영화에서 '무엇이 중한디' 하고 사람살이에 대해 물었다. 사람과 상황에 따라 중함의 가치가
다르겠지만, 때론 지극한 눈 맞춤은 어떨는지.
♤ 눈 맞춤은 멈춤이다
아침마다 찾는 공원에는 고양이가 많다. 다양한 색깔만큼 성격이 다른 고양이들은 좀처럼 곁을 주지 않는다. 다리를 쭈욱 펴고 제자리인 듯 있다 가도 저만치서 다가오는 사람을 보면 힐끗거리며 쏜살같이 풀숲으로 사라지던 녀석들이다.
아침에는 나에게 무슨 말이 하고 싶었는지,
눈도 깜박이지 않는다. 사진을 찍을까 말까
망설이다 눈이 마주쳤는데,
"이런 기회는 없잖아."
하듯 미동도 않는다. 어쩌면 아침마다 공원에
와서 구름도, 탑도, 나무도, 새들도 찍는데,
자신의 사진을 찍어도 괜찮다는 승낙일까.
산책로를 한 바퀴 돌고 왔더니, 없다.
같은 색깔의 친구들이 광장에 흩어져 놀던데,
그중에 있겠지. 녀석도 나도 이름을 묻지 않았다.
♤ 눈 맞춤은 관심이다
며칠 전부터 손이 저렸다. 두 달 만에 혈압약을 받으러 병원에 갔는데, 며칠 전부터 손이 저린다고 했다. 몇 년을 다녀도 늘 모니터만 보면서 이야기하던 선생님은 손이 저린다니까 '검사'를 권하신다.
검사실에는 뇌파를 찍는 장비들이 즐비하고, 한의원처럼 바늘 같은 게 손등을 찌른다. 손을 많이 써서 그렇다는데, 다음에는 진통제를 주사할 수도 있다니, 듣고 싶은 말은 아니다. 나름대로 자신에 게 눈 맞추고 살았는데, 밀도가 낮았나 보다.
♤ 눈 맞춤은 밀도다
딸은 가끔 놀리듯이
"내가 수학을 못한 건 엄마가 수학을 싫어하고 못했다고 자주 말해서 그렇다. 일종의 가스라이팅이지."
돌아가신 엄마가 들으면 발칙한 외손녀에게
"별 새 뒤비 날아가는 소리 한다."
고 하겠다. 뒤비날라 간다는 건, 새가 하늘을
거꾸로 날아간다는 말이다. 나도 핑계를 대자면
수학선생님이었던 중 2 담임 탓이다. 그때 여자 아이들이 수학을 싫어하기도 했지만, 도무지 수학이란 과목에 정을 못 붙이게 했다. 바닥을 기던 수학 성적으로 전체 성적이 뚝뚝 떨어져도 사회 점수는 단연 톱이었다. 딸은 엄마를 닮아 수학 성적은 바닥이어도 사회 성적은 항상 1등급을 받았다고, 엄마가 수학성적이 좋았다고 거짓말을 했으면 수학점수도 좋았을 거라는 괴짜 논리에 한참 웃었다.
듣고 보니 그렇네. 전략이 부족했던 엄마 잘못으로 수학 점수가 낮았지만, 부담임이었던 사회선생님 이 내가 사회를 잘한다고 여고 시절에 읽던 책을 주시더라는 자랑을 많이 했으니까. 그때 어렵게 구한 세계지도가 너덜너덜하도록 펴봤던 기억으로 딸이 서너 살부터 우리 집의 벽에는 종류가 다른 세계지도가 아이들이 찢어놓은 벽지를 대신했었다.
무엇이건 간에 눈 맞춤은 멈춤이고, 관심이며, 밀도이고, 힘이다.
※ 위의 시는
안도현 시인의 <너에게 묻는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