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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모르던 시기, HR인사팀에 이력서를 냈다가 광탈했다.

그러던 내가 인사팀, 총무팀, 회계, 구매, 전략기획, 신사업을 다룬다.

by Shiny

제목 그대로다. 인사팀은 쉽지 않은 곳인걸, 회사에 들어오고 나서야 알았다.

능력자들이 가는 데더라. 암튼. 이름이 좋아 보여 멋모르던 시기, 인사팀에 이력서를 넣곤 했지만 광탈했다.


교육전공자니까를 빌미로 기대 봤지만 회사에서 팔리지 않더라고, 그런데 여긴 왜 오셨어요?를 되물었다.

이력서에 일하고 싶다고 써놨는데. 알바를 한 군데서 몇 년 하고, 영화제와 연극제 뭐 이런 자원봉사를 했습니다. 뭐 동아리도 해보고, 대외활동을 했고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외향형 인간입니다.라고 알려봤지만 일단 컷컷컷 인듯했다. 어쩔 수 없지, 스카이가 아닌걸요. 그래서 그냥 실전으로 들어갔다. 경력 있는 신입을 노렸는데, 꽉 들어찬 경력직이 되었다. 하하하


그리고는 임산부 막달이 되었을 무렵, 사장님이 김 과장 회사는 언제 다시 올 건가? 했을 때,

저는 애 낳으면 그냥 쉴 거예요.라고 말을 했다. 애가 여럿 있는 것도 아니고, 쉽게 얻은 것도 아니고,

뭣보다 불안이 컸다. 내가 지켜봐야겠다는 마음뿐이었다. 애가 말을 할 때까지는.


그러다 올해 초 뭔 서류가 필요한 김에 전화했더니 사장님이 말했다. 김 과장 이제 애는 어린이집 보내는가? 하하하 아직 더 커야 돼요,라고 말했다. 옆에서 듣고 있던 아이는 "엄마 회사가?"라고 물어왔다.


응, 나 사장님이 오라고 했는데, 아이랑 있고 싶어요.라고 말했어.

그제야 아이는 안심한다. 그래놓고, 그렇게 내가 선택해 놓고, 누구 탓을 해. 이런 거다.


그러며 느낀 점이다. 이유야 어쨌든 집에서 아이를 양육하기로 했다. 그렇게 48개월이 되어간다.

비용이슈와 등하원이슈, 뭐 이런저런 걸 갖다 붙이면 이유는 커진다.


뭣보다 내 손으로 아이를 키우며 집에 있어보니 보이는 것들이 있다.

바라고 바라던 회사의 전 직군을 체험하는 중이다.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1인기업으로

만능일꾼이 여기 있다, 그럼에도 집에 있으니까 하며 작아졌던 마음을 다시 일으켜 세워본다.



고마운 일, 기억나는 일을 적어본다.

(감사회로를 돌려보고 회고하는 중이라는 소리)


수시로 들어오는 감사, 감사팀의 무서움을 안다. - 이거 뭐야? 이렇게 하면 더 싸. (안다고)

---> 내가 재무부 장관이 되었어야만 했다. (아니라는 소리)

어디선가 티브이든 보면, 와이프가 재무부 장관님이라고, 재가를 받아야 한다고

농담을 하는 아저씨들의 부인이 새삼 부러워지기도 했다. 전권자, 권한, 권력은 좋은거다.


가계부를 써보겠다고 스스로 자처한 일, 구매회계다. - 숫자 맞추기를 해보려 했다.

---> 숫자는 숫자왕에게 맡길 것, 각자의 재능은 따로 있다는 걸 느꼈다.

빤한 예산 안에 이리 틀고 저리 틀고 하는데 그걸 적고, 돌아보고 하는 것이 만만찮았다.

하루치 장보기 최저 예산선을 잡는 성과가 있었다. 집밥을 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리고 나서 가계부는 그만두었다.

그러고 보니 급식부로 돌아선 듯하다. 숫자보다는 즐거운 일을 찾아갔다.


전략기획이라고 해야 하나? 우리 아이 책육아, 영어노출, 신사업이기도 했다.

---> 다른 집들은 다 치고 나가는데, 우리 애만 그럴 순 없다.

비교 견적과 래퍼런스 참고, 애 다 키워놓은 집 이야기를 듣는 것도 팁이었다.

그러다 느낀 점은, 경험, 내가 직접 한 경험이야 말로 믿을 바가 된다.

--> 그래서 애가 어릴 때 책을 읽어주니까 애가 말이 빨라지고, 애가 뭐 이런 말을 해? 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몇살이야? 에 대답이 두 돌 지났어요. 라고 아이 입에서 나오니까. 어른들은 신기해했다.

어른이랑 놀면서 어른의 말을 따라하고 있었다. 그만큼 엄마가 상호작용을 많이 하는 것이기도 한데 그게 즐거워야 했다. 아이가 자라며 점차 요즘은 버거워진다. 내년에는 기관에 보낼거다. 말이 많아도 너어어어어어무 많다. 이제 불안이슈도 접었다. 아이 사진을 무진장 찍어댔는데 그것도 줄었다는게 반증이다. 어린이에게 동요를 틀어주는 이유는 말다운 말을 해보라고 겠다. 외계어를 만들어내니 우리 언어는 약속이라고, 우리 노래를 해볼까? 말해주고 있다. 이제 친구가 필요한 시기가 되었다.


상담도, 인재개발도 - 엄마가 스스로 선택했다. 나 멈춰있나? 음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 멈춘 거라고 본다.

실은 멈춰있지 않다. 배워야 한다 쏟아붓는 시작이 저점이다. 최저점으로 스스로 밀고 내려간 거다.

선별해서 받아 들어야 한다. 이미 갖고 있다. 아이도 그렇다, 잠재력을 끌어내보자.


환경미화다 - 아이와 종일 있으면서도 깨끗한 집을 원했다. 그래서 결과는? 집청소 하고 밖에서 놀아요. 가 되었다. 애써서 청소한 것도 티는 나야 하고, 아이와도 재밌게 놀아야 하고, 그런데 그게 맞나? 더운 여름에 밖에서 놀고, 추운 겨울에도 공원에서 놀았다 하면, 집이 불편했던 것이다. 집이 불편해지다니.

집은 편한 곳이어야 한다. 집안에서 뭐든 할 수 있어야 한다.로 전향했다. 집에서 쌀을 풀고 밀가루를 풀었다( 화장실에서) 모래도 풀었다.

미니멀로 갈아타려 했지만 아이는 확장형 사람이었다.

목표가 아이의 성장을 지켜보고 싶다면 뭐든 장난감이 돼서 나타나는 걸 보겠다 라면 내가 마음을 비워야했다. 텅 빈 공간에서는 명상하기만 딱 좋았다. 기본값은 어지름, 난장판으로, 그리고 나서 치워지는 것은 고마움이다. 엔트로피법칙이 이런 것이라고 했다. 누군가의 노력이 들어가는 것이니 그저 고마움이다.

이걸 알려준 사람이 있다. 책, 왜 행복해야해? 의 저자다. 인생의 전환점을 맞아 태세를 바꿨다.


엄마의 마음이 편하려면 어질러져도 괜찮아하려면, 마음을 비우는 것이 먼저였다. 집안은 안 비워져도 됨.

6시 퇴근 무렵 집을 청소해야 한다는 강박이 사라졌다. 내가 이만큼 청소했는데 안 알아준다고 하는 일도 접었다. 일시에 조직관계 갈등도 해소되었다. 관계갈등 전문가가 다녀간 기분이었다.


총무팀이다- 말 그대로 안 하는 것 빼고 다 하는 총무팀의 일.

만능살림꾼이 되어갔는데, 못하는 척 슬그머니 남편에게 토스했다. 그랬더니 일어난 일은? 뿌듯해하는 그의 모습. 혼자 다 하려 하지 말고 인수인계, 위임도 필요함, 칭찬도, 보상도 필요함을 배웠다.


보건팀이다- 멀쩡하던 아이가 갑자기 야밤에 열이 난다. 불덩이다. 체온을 내리려 아이 옷을 걷고 내 배 위에 올려두었다. 내 배는 차거든, 밤이 지나고 아이의 열이 내린다. 그러고 보니 당직도 서네. 다음날은 병원에 가본다. 약을 먹이라고 한다. 와우, 가루약은 나도 안 좋아하는 건데, 그래도 해본다.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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