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때와 같이 레슨이 시작됐다. 레슨 코치가 가벼운 포핸드 공을 보냈다. 레슨 시작 전에 늘 하던 몸풀기 루틴이다. 오른쪽으로 오는 공을 상대 테이블로 넘기면 된다. 그런데 오늘은 어째 내 동작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시선을 내리지 말고 앞을 보세요!” “자세를 낮춰보세요” “백스윙을 좀 더 뒤로 가져가 보세요” “자세를 낮춰야지 라켓을 내리는 건 아니에요” 코치의 설명이 계속됐다.
‘왜 이러지?’ 무언가 잘못된 거 같았다. 레슨 때마다 하는 루틴인데 오늘 처음 배운 사람처럼 내 몸은 허둥대고 있었다. 코치는 신규회원을 대하듯 차근차근 설명하기 시작했다. 오른발과 왼발의 관계, 오른손의 스윙 모양, 공이 맞는 타이밍, 오른손의 스윙 궤적, 상체가 들리지 않도록 하는 것까지 아주 세세한 깨알 설명이었다. 고개를 끄덕였지만, 코치의 말을 끝내 몸으로 이해하지 못했다. 머릿속이 복잡해질수록 동작은 더 어색해졌다. 탁구를 시작한 지 벌써 5년이 넘었다. 포핸드가 잘 안돼서, 포핸드에 대한 갈망으로 포핸드를 위한 레슨을 받은 지도 여러 달 지났다. 같은 동작을 배우고 익히면 이제 어느 쪽으로 공이 와도 정확한 자세로 ‘탁’하고 스윙이 나와야 할 거 같은데 그게 아니다. 당혹감과 허탈함에 몸이 떨렸다.
레슨이 끝났다. “괜찮아요. 좀 전에 설명했던 거 잘 생각해보세요. 열심히 하시잖아요” 코치의 격려 말에도, 내 마음이 말했다. ‘그래서 너는 아직도 초보인 거야’
나는 늘 긴장하고 생각해야만 겨우 제대로 스윙을 한다. 사람들은 참으로 편하게 공을 잘도 치는 거 같은데 나는 잠시 정신을 놓으면, 모든 게 새롭게 변한다. 그렇다 해도 코치가 말을 하면 바로 알아들어야 하건만 이건 무슨 조화인지 안 풀리기 시작하니 머릿속이 꽉 막혀 애써 넣어둔 지식조차 나오지 않는다.
포핸드는 특별한 기술이 아니다. 탁구를 시작하기 위한 기본동작이다. 동작을 위해선 두 팔과 다리, 어깨, 골반, 라켓 잡은 손, 시선까지 내 몸의 여러 기관 간 협업이 필요하다. 협업은 일정한 순서로 이루어진다. 팔을 몸 앞에 둔다. 골반을 비틀며 백스윙한다. 이때 팔을 몸에 가깝게 붙이면 몸통과 함께 돌아간다. 팔꿈치는 뒤로 빠지면 안 된다. 팔이 몸에서 멀어지면 몸의 힘을 공에 온전히 전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공을 칠 때는 팔꿈치를 앞으로 보내주듯 스윙 끝을 왼쪽 눈썹 근처까지 보내야 한다. 라켓과 공은 필연적으로 스윙의 길목에서 자연스레 만나게 된다. 오른팔이 앞으로 뻗어 나갈 때 오른쪽 어깨는 앞으로 나가고, 왼쪽 어깨는 뒤로 살짝 들어간다. 이 얼마나 자연스러운가. 스윙 마지막은 오른발에서 왼발로 무게중심 이동이다. 그래야 다시 스윙이 시작될 때 왼발에서 오른발로 중심이 이동하면서 랠리가 이어질 수 있다. 그런 일련의 과정은 지극히 복잡해 보이지만 우리 몸이 반응하는 순리대로 연결한 거라, 처음에 길만 제대로 열어주면 물 흐르듯 연결될 동작이다. 그런 동작을 오늘 잊은 거다. 잊었어도 금세 다시 자세를 잡으면 되건만, 나는 기억하지 못했다. 처음 탁구장에 온 사람처럼 그렇게 내 동작을 어색해하며 포핸드를 하고 있었다. 너는 누구니.
틀린 기본자세를 연결해가며 동작을 하고 있다. 시작도 끝도 잘못됐다. 아! 내 머릿속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터벅터벅 탁구장을 나왔다. 라켓과 신발, 수건뿐인 가방이 유난히 무거웠다. 고개를 들자 하늘이 보였다. 오늘은 가방보다 나를 덮는 캄캄한 하늘이 더 무거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