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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이 May 31. 2022

난 '지금'은 엄마랑’만’ 놀 거야

아이의 하루에는 엄마와의 쉬는 시간이 있나요

 새벽기상 한지도 벌써 6개월에 접어 들었습니다. 소중한  새벽 시간은 1교시와 2교시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새벽에 일어나 하루를 정리하고 책을 읽는  1교시 일정입니다. 그리고 잠시 쉬는 시간. 아침에  함께 하는 페퍼민트 향으로 후각을 열어주고 음악은 재즈로 바꿔 청각에 즐거움을 줍니다. 물론 햇살이 드리워진 나무를 바라보는 것도 잊지 않습니다. 그렇게 주위를 환기시키고 2교시에는 해야  업무를 처리해요. 오늘은 제가 좋아하는 브런치 홈페이지를 열었습니다.


 저희 아이는 유치원 버스에서 내리면 짜증을 내는 일이 많았습니다. 유치원에 간 뒤로는 잠이 부족했던 터라 저는 오롯이 잠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어요. 조금 더 일찍 재우자, 틈나는 대로 자는 법을 알려주자-라며 온통 잠에 대한 연구를 해왔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아이는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저를 조용한 공간으로 막 끌고 갑니다. 혼자 앞서 뛰어가면서 저를 불러요. 처음엔 놀이터에 가서 이야기하자, 앉아서 이야기하자고 해도 자전거 보관 공간 등 아무도 없는 공간으로 저를 이끌고 갑니다. 그리고 유치원에서 그렸던 그림, 가지고 놀았던 작은 물건들을 꺼내 보여주며 바쁘게 설명합니다.



엄마와 둘 만의 '쉬는 시간'이 필요해

가만히 아이를 들여다보는데 엄마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은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래서 인적이 드문 곳의 벤치를 찾아 "여기 앉을까?" 하고 물으니 바로 좋다고 합니다.

유치원에서 종일 많은 친구들과 부대끼고 아이는 아마 엄마와 조용한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집에 바로 가는 것은 아쉽고 어렸을 때부터 해왔던 것처럼 엄마와 벤치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그런 시간 말이지요.


빨리 재워야 한다는 생각에 시간에 쫓겨 유치원 버스에서 내리면 또 다른 방과 후 수업이 시작된 것처럼 아이를 놀이터로 밀고 다섯 시가 넘으면 집에 가자고 재촉했던 엄마가 얼마나 빡빡하게 느껴졌을지.

아이는 엄마와 가만히 이야기하며 쉬는 시간을 갖고 싶었던 것 같아요. 이제라도 알아서 다행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둘 만의 쉬는 시간을 가진 후로 버스에서 해맑게 가장 먼저 내리는 아이를 볼 수 있었습니다.



조금만 더 아이의 시선에서

어젠 갑자기 제가 쓰는 종이테이프를 가져가 좋아하는 인형 귀가 돌돌 말릴래 "엄마 꺼 가져가지 않았으면 좋겠어" 하고 말했는데요, 인형 귀를 가만히 들여다보니 칠이 벗겨져 있었습니다.

아! 귀를 치료해주고 싶었던 거구나. 좋아하는 만화에서 붕대로 아픈 친구들을 감아주며 돌봐 주는 펭귄이 있는데 그걸 따라한 것 같았습니다. 나는 내 테이프만 보였는데, 그런 엄마가 얼마나 야속했을까.

 조금만 들여다 보이면 보입니다. 조금만 더 멀리서 보이면 더 잘 보입니다.






 말을 잘하고 의사표현을 확실히 하는 다섯 살이 되었어도 아직은 감정을 다 설명하는 건 서툽니다. 그건 어른도 마찬가지니까요. 다 아는 이야기가 소중한 내 아이에게 왜 적용이 잘 안 되는지.

아쉽지만, 그래도 이제라도 알아서 다행입니다.


 제 새벽 1교시 쉬는 시간 마치고 돌려 두었던 고구마가 익는 냄새가 나네요. 고구마 익는 냄새가 나면 킁킁 대며 맛있는 냄새다! 하고 나타나는 우리 강아지가 곧 일어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엄마와의 쉬는 시간 행복하게 채워주고 오늘 하루도 힘차게 보낼 힘을 충전해줘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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