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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이 May 23. 2022

육아의 순간순간이 감사한 이유

부정적인 마음은 아무것도 해결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이른 아침 우리 집 창문 너머 틀에 까치가 앉았습니다. 책을 읽는데 힘찬 날갯짓 소리가 들려 밖을 봤더니 까치가 있네요. 창틀에 먹을 만한 것이 떨어져 있었는지 열심히도 쪼아 댑니다. 그리고 떠날 법도 한데 한참을 앉아 우리 집 안을 바라봅니다. 저도 한참을 바라봤어요. 오늘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습니다.



행복과 불행은 한 끗 차이


'행복과 불행은 한 끗 차이'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5월 23일 오늘 제 일력에는 '지나간 일은 간하여 말릴 수 없음을 깨달았고, 앞으로의 일은 미칠 수 있음을 알았네'라는 귀거래사의 한 구절이 적혀 있습니다.

저는 사실 컵에 물이 반 채워져 있는 걸 보고, 물이 반'밖에' 안 남았네라고 말하는 삶을 더 많이 살아왔습니다.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은 물이 반'이나' 남았네라고 말한다고 하죠.

내가 좋아하는 일이 너무 바쁘고 힘들다는 말을 많이 했고, 남 탓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결혼해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후회하는 일이 몇 개 있는데, 아이가 훨씬 어릴 때 잠을 자주 깨는 걸 정말 힘들어했고 그걸 아이에게 표현했던 게 그 시간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을 정도로 미안합니다.

아이가 태어났을 때 저는 아이를 따로 재워야 한다는 책 한 권에 푹 빠졌습니다. 해서 아이를 분리 수면시켰고 그 방법 때문인지 아이 성향인지 모르겠지만 아이는 정확히 75일에 통잠을 시작해 돌까지는 정말 푹 잤습니다.

그러다가 아이가 스스로 움직임을 가질 수 있을 때부터는 아이는 혼자 자는 걸 철저하게 거부했습니다. 엄마 품을 느껴 더 그랬을까요. 그때부터 네 살을 다 채우기 전까지는 정말 많이 깼는데, 잠이 부족해 그게 너무나 힘들었습니다. 아이에게 제발 자라고 단호한 모습을 많이 보였던 것 같아요.

지나고 보니 아이는 그 단호함 때문에 더 깨고 깼었던 것 같은데 그때는 제 감정이 먼저였습니다.


 세 살 때까지는 온 애정을 다 쏟아야 한다는데 저는 오히려 그때 더 냉정했던 것 같아요. 다시 그 육아의 힘든 시간으로 돌아가도 좋으니 그때로 간다면, 깨서 엄마를 찾는 아이를 꼭 안아주고 사랑한다고 수백 번 수천번 말해주고 싶습니다.





 남편은 결혼과 동시에 흔히 말하는 대기업에 연구원직을 그만두었습니다. 꿈 많은 저는 남편의 확고한 모습에 지지를 보내주기로 마음먹었는데, 아쉽게도 말 뿐인 지지였습니다. 제가 도와주어야 할 일이 많았기에 도와줄 때마다 고단함을 많이 표현했고, 즐겁게 함께 해주지 못했습니다.

남편이 제 차를 운전하다가 주차장에서 가볍게 사고가 난 적이 있었는데, 남편보다 제 차를 더 걱정하기도 했습니다. 세상에 태어나 가장 후회하는 일 중 하나입니다.


 남편은 그때를 지금도 기억하고 있을까요. 아직은 자신이 없어 조금 더 세월에 단단해지면 그때 물어보려고 합니다. 역시나 다시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더 미안한 건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야 이때의 제 모습이 부끄러워졌고 남편에게 참 많이 미안해졌다는 겁니다.




지금 감사하고 지금 행복하세요


 엄마가 뭐라고 이렇게 부족한 사람이어도 아이는 저를 향해 매일매일 활짝 웃어 줍니다.

백년회로를 약속했다고 모진 말과 자신밖에 모르는 와이프의 마음을 읽어주고 좋아하는 것들을 채워줍니다.

이 넘치는 사랑을 받으면서 예전처럼 나만 생각하며 살 수 없다고, 엄마가 되어 느꼈습니다.

그래서 엄마라는 위치가 버거울 때도 있지만 감사한 마음으로 다시 마음 잡을 수 있었습니다. 내 과오의 순간들을 떠올리며 다시는 후회하지 않기로 했어요.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따뜻함을 주기로 했습니다.


저로 인해 제 주변의 분들이 행복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이 것이 제 삶의 모토가 되었어요.

온 마음을 담아 주변을 살필 수 있게 된 엄마라는 자리에 다시 한번 감사하며. 안아줄 수 있을 때 아이를 힘껏 안아주자! 사랑할 수 있을 때 배우자를 실컷 사랑해주자! 하며 우리 가족의 하루하루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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