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24] 흐름이면 흘러간다.

by Irene
pexels-ray-torres-624980841-34870044.jpg


하루를 돌아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얼마나 자주, 그리고 얼마나 무의식적으로

‘결정할 수 없는 것’에 대해 매달리고 있었는가.


예를들면 쇼핑을 할 때,

그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올해도 어김없이 블랙프라이데이 시즌이 다가왔다.

나는 또다시 작년의 세일률을 떠올렸다.

“작년엔 70%였는데… 올해는 왜 50%밖에 안 하지?”

“지금 사면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까?”

“기다리면 더 떨어질까? 아니면 품절되면 어쩌지?”


결국 아무것도 사지 않았지만,

마음은 이미 몇 번이고 사고, 후회하고, 계산하고 있었다.

그리고 피곤했다.

문득, 내 안에서 이런 문장이 떠올랐다.


“사는 것도 흐름이고, 못 사는 것도 흐름이다.”


그 어떤 할인가도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이 세상의 가격 책정은 나의 통제 아래 있지 않다.

70%면 사고, 50%면 그 가격에 사고,

아니면 그냥 넘어가면 되는 일이었다.


내가 붙잡고 있었던 건 ‘정보’가 아니라 ‘예측’이었고,

그 예측을 통한 ‘심리적 통제감’이었다.


더 깊이 들여다보니 이런 생각도 올라왔다.

“스트레스의 본질은 ‘못 사는 것’이 아니다.

정작 내가 스트레스를 받는 건

‘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적의 타이밍이 아닐까 봐’ 불안해서였다.”


내가 진짜 바랐던 건 ‘물건’이 아니라

‘후회하지 않을 선택’에 대한 심리적 안전지대였다.

그러니 이건 소비가 아니라,

결국 ‘집착’이었다.


그걸 인식하고 나니,

모든 것이 단순해졌다.


“흐름이면 흘러간다.”


사면 사고, 안 사면 안 사고,

그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인식과 선택만이 내 몫이다.

나머지는 도(道)의 흐름이다.

내가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라,

그저 걷는 것이다.


같은 일이 치아교정 병원 예약 과정에서도 있었다.

담당자가 바뀌고,

이상하게 예약이 잘 안 잡히고,

전화 연결도 잘 안 되고,

일처리도 느릿느릿해졌다.


예전의 나였다면

“왜 이렇게 바뀌었지?”

“이 담당자 너무 불편하다”

하면서 짜증이 올라왔을 것이다.


이번에도 그 기운이 올라왔다.

그런데 그 순간,

이런 생각이 동시에 떠올랐다.


“이건 병원의 사정이지, 내가 어쩔 수 있는 게 아니잖아.”

“그냥 이 흐름 안에서 가능한 걸 하면 돼.”


정말 신기하게도,

그 말을 내 마음속에서 한 번 딱 하고 나니,

그 감정이, 그냥 흘러가버렸다.


그게 무심(無心)의 훈련이었다.

그게 무위(無爲)의 실행이었다.


억지로 애쓰지 않고,

‘억지로 하지 않는 상태’를 그냥 받아들이는 연습.


오늘 하루,

이렇게 내 마음을 여러 번 감지했고,

그 감정이 어디서 오는지를 파악했고,

그 감정에 해석을 더하지 않고,

그저 흘려보낼 수 있는지 지켜보았다.


결국 내가 붙잡고 있던 건

‘쓸데없는 해석’과

‘쓸데없는 비교’와

‘쓸데없는 통제욕’이었다.


그걸 내려놓고 보니,

그 모든 것은 내가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진짜 수행은

‘잘 참고, 잘 비교하고, 더 나은 결정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결정할 수 없는 것 앞에서 흘려보내는 감각을 기르는 것.


그리고 오늘,

그걸 아주 조금,

하지만 분명하게 훈련했다.

마음이 한 뼘 더 단단해졌다.


도(道)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지금 이 자리에서 흘려보낼 수 있는가의 문제였다.


오늘,

그 흐름에 저항하지 않고

한 발짝 같이 걸어보았다.




https://medium.com/@irenekim1b/2025-11-24-if-it-flows-let-it-flow-c03903e8aea0




매거진의 이전글[2025.11.23] 선택하고, 놓을 줄 아는 관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