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동안 침묵을 훈련했다.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말수를 줄이고, 내 입에서 나오는 말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쉽지 않았다. 말하지 않는다고 해서 생각까지 멈춰지는 건 아니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입을 다물자 머릿속은 더 시끄러웠다.
표현하지 못한 감정들이 내 안에서 부유했고, 설명하고 싶은 억울함이 계속 말을 걸어왔다.
하지만 그 시끄러움을 견디면서 내가 알게 된 것이 있다.
내가 하려 했던 말들 중 상당수는 하지 않아도 되는 말이었다.
반드시 설명해야 할 진심보다, 그냥 반사적으로 튀어나오는 말들이 많았다.
그 말들 때문에 관계가 어긋나고, 오해가 생기고, 필요하지 않은 감정의 불씨들이 생겨났다.
침묵은 그런 것들을 가라앉히는 힘이었다.
말을 하지 않는다는 건, 단지 조용히 있는 게 아니었다.
그건 내 안의 에너지를 흩뜨리지 않고, 스스로를 다잡는 집중의 상태였다.
사람은 소리로 무너지는 경우보다 말로 무너지는 경우가 더 많다.
내가 했던 말 때문에 누군가를 잃고,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내가 무너졌던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침묵은 그런 일들을 만들지 않는다.
오해받을 수도 있고, 억울해 보일 수도 있지만, 침묵이 쌓이면 언젠가는 설명 없이도 전해지는 무언가가 있다.
그것이 ‘깊이’라는 것이다.
내가 만난 사람들 중, 말없이 조용히 듣기만 했던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고, 자신을 드러내려 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한마디 없이 모든 것을 보고 있었고, 이미 내면에서 판단을 마치고 있었다.
그 사람들 앞에서는 쉽게 웃지 못했고, 농담조차도 조심스러웠다.
왜냐하면 그 침묵 속에는 놀라운 통찰과 감정의 절제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 사람들은 말을 하지 않아도 분위기를 바꿨고, 침묵으로 공간의 질서를 바꿨다.
진짜 무서운 사람은 큰 소리를 내는 사람이 아니라, 아무 말 없이 조용히 판단을 마치는 사람이다.
그 사람들은 감정을 내세우지 않으며, 흔들리지 않는다.
누가 소리를 질러도, 억울하게 몰아붙여도 그들의 표정은 변하지 않는다.
그 침착함 앞에서는 오히려 감정을 터뜨린 쪽이 부끄러워진다.
처음에는 그런 사람들에게 위축되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그런 사람이 갖는 무게를 알게 되었다.
그 무게는 목소리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스스로를 다스리는 힘에서 나온다는 걸.
침묵은 나를 보호했다.
불필요한 갈등을 만들지 않았고,
누군가를 상처내지도 않았고,
내 안의 감정이 나를 휘두르지 않도록 막아주었다.
침묵은 신뢰를 불러왔다.
말이 없지만 진심이 전해지는 순간들이 있다.
침묵 속에 책임을 지고, 말 없이 행동하는 사람은 결국 주변으로부터 신뢰를 얻게 된다.
자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주변 사람들이 그 사람을 지켜주는 순간을 본 적이 있다.
그 사람의 존재는, 말이 아니라 행동과 진정성으로 증명되어 있었다.
침묵은 무관심이 아니다.
할 말이 없어서 침묵하는 것과,
할 말이 있지만 하지 않는 침묵은 전혀 다르다.
전자는 소극적인 무기력이고,
후자는 강한 자기 절제이며, 스스로 선택한 방향이다.
그 침묵 속엔 단단한 기준이 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쉽게 바뀌지 않는 신념.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말을 고치지 않고,
유행처럼 흘러가는 말들에 휩쓸리지 않는다.
그 사람은 늘 조용하지만,
어떤 순간에도 중심을 잃지 않는다.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목소리는 낮지만 단호하고,
감정은 다스리되 지우지 않고,
말은 줄이되 본질을 벗어나지 않는 사람.
그러기 위해 오늘도 침묵을 훈련한다.
내가 하지 않아도 되는 말들을 줄이고,
내가 해도 달라지지 않을 말을 삼키고,
내가 말하고 싶은 순간에 오히려 듣는 연습을 한다.
이런 훈련이 나를 무겁게 만들었고,
경솔하지 않게 만들었고,
내가 어떤 사람이 될 수 있는지를 자주 돌아보게 만들었다.
침묵은 나를 정리한다.
침묵은 관계를 보호한다.
침묵은 감정을 넘어서게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침묵은 말보다 깊은 사람을 만든다.
https://medium.com/@irenekim1b/silence-makes-a-person-deeper-than-words-ever-could-e7a550c478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