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03] 흐름을 따라 천천히

by Ire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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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는 아주 천천히 움직여 보려 한다. 어제는 컨디션이 유난히 좋았고, 그래서 더욱 섬세하게 나 자신을 관찰자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평소에도 나를 객관적으로 인지하려는 훈련을 해왔지만, 어제는 유독 선명하게 느껴졌다. 하루를 여유롭고 생산성 있게 보내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 안에는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조용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매일 아침의 루틴은 스스로 선택한 것이고, 이제는 하나의 습관이 되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운동을 하는 이 모든 일들이 분명 즐겁고 의미 있는 것들이었다. 하지만 어제는 문득, 그 모든 과정이 마치 단 1초도 허비해서는 안 된다는 강박 아래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몸으로 깨달았다.


파일을 업로드할 때 클릭 후 기다리는 1~2초의 시간조차 아깝게 여겨, 그 순간에도 다른 일을 찾아 병행하고자 했다. 그것이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삶이라 믿었다. 여러 개의 창을 동시에 열어두고, 멈춤 없는 전환 속에서 시간을 최대한으로 활용했다. 그렇게 시간을 아끼며 산다고 자부했지만, 정작 내 손과 마음, 그리고 몸은 팽팽한 긴장의 끈에 묶여 있었다.


어제는 그 긴장을 명확히 감지했다. 흐름을 타고 자연스럽게 살아가려는 내가, 몸은 여전히 그 흐름을 거스르고 있었다. 의식은 무위(無爲)을 추구하지만, 육체는 무심결에 조급함과 긴장 속에서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그렇게 해서 나는 많은 성과를 이루어냈다. 하지만 진정한 실력은, 그 생산성과 효율성은 유지하면서도 전혀 긴장하지 않는 상태에서 흐름을 따르는 것임을 어제 비로소 알게 되었다.


예전에는 "어떻게 시간을 아낄까?",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이고 생산적으로 살 수 있을까?"를 끊임없이 고민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질문을 내려놓아야 한다. 시간의 굴레에서 벗어나, 억지로 붙잡지 않고, 억지로 흐르려 하지도 않으며, 그저 자연의 물결처럼 유유히 흐르려 한다.


그것이 진짜 고수의 경지다. 억지로 하지 않고도 이루어지는 실력, 흐름 속에서도 결코 생산성과 효율성을 잃지 않는 경지. 그렇게 어쩔 수 없이, 이제는 움켜쥐고 있던 모든 것을 놓아야 한다. 그리고 그 빈손 위에서 다시금 최적의 리듬을 찾아야 한다.


지금은 그 지점을 명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당장 완벽한 최적화를 찾으려 하지 않고, 그저 오늘 하루를 아주 천천히, 여유롭게 흐르듯 살아볼 작정이다. 클릭하는 손가락의 움직임 하나하나에도 흐름을 실어 보고, 걸음걸이조차 부드럽게 천천히 옮겨보려 한다. 억지로가 아닌, 의도된 무심(無心)으로.


인생은 끊임없는 수련의 여정이다. 하나를 성취하면 그 너머에 또 다른 배움이 기다리고 있고, 한 번의 깨달음은 또 다른 탐색을 부른다. 때로는 강박으로, 의지로, 고집으로 정점을 찍고 나면, 다시 완전한 비움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렇게 반복하며 중용의 길, 나만의 최적 지점을 찾아간다.


지금은 안개 속에 있다. 앞이 잘 보이지 않지만, 나는 안다. 길을 계속 걸으면 안개는 걷힐 것이고, 내 앞에는 또렷한 길이 열릴 것이다. 그것이 도(道)를 걷는 길이다. 늘 그래왔듯이, 그렇게 또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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