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난다는 것, 그 만남이 우연이 아니라 숙명처럼.
바람은
어느 맑은 날,
무심히 핀 안개처럼 다가왔지요.
말도 없이 피어난 꽃은
계절이란 이름으로만 스쳐가고,
나는 그저 봄이 지나간 줄만 알았어요.
새벽의 이슬은
늘 같은 자리에 있었지만
내 눈은 태양을 찾느라
그 투명한 속삭임을 듣지 못했죠.
시간은
오래전부터 구름 뒤에서
손짓하고 있었는지도 몰라요.
아무 말 없이,
가장 부드러운 침묵으로.
하늘에 그어진 선율,
잎이 흔들리는 작은 동선 속에
누군가의 마음이 숨어 있었음을
나는 오래도록 몰랐어요.
어느 날,
가장 단정한 별이
빛을 꺼뜨린 채 나타났을 때조차,
나는 그게 마지막 불빛인 줄도 몰랐어요.
그 계절의 두 달은
내겐 노을 한 편이었지만
당신에겐 전 우주였다는 걸
이제야 알 것 같아요.
늦었지만,
당신의 고요한 바다를
나는 건넙니다.
지금이라도,
별빛을 담은 작은 등불을 들고.
그리고
만약 언젠가,
계절이 다시 우리를 맞이해 준다면—
이번엔 내가 먼저 웃을게요.
먼 훗날, 잎이 다시 흔들릴 때
그 속삭임에 이렇게 말할 거예요:
바다였구나.
고요한 파도 아래
그토록 깊은 외로움을 안고
늘 나를 품고 있었던 너를
나는 너무 늦게 알아버렸네요.
이제, 내가 너의 하늘이 되어줄게요.
끝없는 심연 위에
햇살처럼 머물며
너를 웃게 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