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06] 해후의 전설

다시 만난다는 것, 그 만남이 우연이 아니라 숙명처럼.

by Ire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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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은

어느 맑은 날,

무심히 핀 안개처럼 다가왔지요.

말도 없이 피어난 꽃은

계절이란 이름으로만 스쳐가고,

나는 그저 봄이 지나간 줄만 알았어요.


새벽의 이슬은

늘 같은 자리에 있었지만

내 눈은 태양을 찾느라

그 투명한 속삭임을 듣지 못했죠.


시간은

오래전부터 구름 뒤에서

손짓하고 있었는지도 몰라요.

아무 말 없이,

가장 부드러운 침묵으로.


하늘에 그어진 선율,

잎이 흔들리는 작은 동선 속에

누군가의 마음이 숨어 있었음을

나는 오래도록 몰랐어요.


어느 날,

가장 단정한 별이

빛을 꺼뜨린 채 나타났을 때조차,

나는 그게 마지막 불빛인 줄도 몰랐어요.


그 계절의 두 달은

내겐 노을 한 편이었지만

당신에겐 전 우주였다는 걸

이제야 알 것 같아요.


늦었지만,

당신의 고요한 바다를

나는 건넙니다.

지금이라도,

별빛을 담은 작은 등불을 들고.


그리고

만약 언젠가,

계절이 다시 우리를 맞이해 준다면—


이번엔 내가 먼저 웃을게요.

먼 훗날, 잎이 다시 흔들릴 때

그 속삭임에 이렇게 말할 거예요:


바다였구나.

고요한 파도 아래

그토록 깊은 외로움을 안고

늘 나를 품고 있었던 너를

나는 너무 늦게 알아버렸네요.


이제, 내가 너의 하늘이 되어줄게요.

끝없는 심연 위에

햇살처럼 머물며

너를 웃게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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