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05] 흐름에 몸을 맡기라.

by Ire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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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동안 직관과 감각, 통찰의 수련을 이어오며,

인생이라는 흐름 속에서 보이지 않는 어떤 진리와 법칙의 존재를 자주 느끼곤 했다.

그것은 인간의 본성과는 또 다른 차원에서 작동하는,

마치 자연의 힘처럼 설명할 수 없는 원리였다.

중력처럼 명확히 보이진 않지만,

그것은 분명히 존재하는 것 같았다.


철학자들과 심리학자들이 오래전부터 이야기해오던 바로 그 힘.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는 없어도,

나의 삶을 통과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그 신비로운 일들을 보며

결국 이렇게 느끼게 되었다 —


아, 인생에는 정말 어떤 법칙이 있구나.

하지만 동시에, 마음 한구석에서는 ‘혹시 이 모든 것이 그저 망상은 아닐까?

단지 내가 그렇게 느끼는 것뿐 아닐까?’ 하는 의심도 고개를 든다.


그 중 하나는 바로 이런 경험이다.

어떤 것을 간절히, 정말 전심으로 원하면 이상하게도 그것은 내 것이 되지 않았다.

목표이든, 성공이든, 관계든, 물건이든… 모든 것이 그랬다.

너무 간절할수록 그것은 멀어졌고, 집착할수록 현실은 더욱 단단히 나를 밀어냈다.


하지만 ‘아, 이건 내 것이 아니구나. 이제는 놓아야겠다.’ 하고 내려놓는 순간,

그것들이 오히려 나에게 다가왔다.

때로는 내가 포기한 그날, 그 일이 성취되고, 관계가 돌아오고, 잃어버린 물건이 눈앞에 나타났다.


이유를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런 일들이 너무 자주 반복되었다.

예를 들어 며칠 전, 어떤 웹사이트 문제가 3일간 도무지 해결되지 않아 고객센터에 수차례 연락하고 답변을 기다리다 결국 ‘이건 안 되겠다, 다른 길을 찾아야지’ 하고 체념했을 때—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문제는 갑자기 해결되었다.


왜 자꾸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내가 간절히 원하는 그 순간, 마음은 긍정의 탈을 쓴 집착의 주파수를 뿜어내고 있었던 걸까?

반면, 내려놓음은 부드러운 수용과 안정의 파장을 세상에 전하고 있었던 것일까?



흐름과의 춤


동양의 도가철학도, 서양의 스토아 철학도, 한결같이 이렇게 말한다.

“인생을 억지로 움켜쥐려 하지 말고, 흐름에 몸을 맡기라.”

우리는 수영장이 아니라 바다에서 수영을 한다.

파도가 몰아칠 때는 열심히 헤엄치지 말고, 그 파도를 먼저 타야 한다.

그리고 파도가 잦아들 때, 비로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이 말들은 참 쉬워 보인다.

하지만 실제 삶에서 나는 늘 움켜쥐려 한다.

흐르는 물을 손으로 붙잡으려 애쓴다.

원하는 방향으로 물의 흐름을 꺾으려 하고,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그러나 진정한 평온은, 흐르는 물을 꼭 쥐려는 것이 아니라

그 곁에 조용히 앉아, 그 흐름을 예쁘게 지켜보는 것이라고 했다.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물가에 앉아 흐름을 바라보고 있는가, 아니면 발을 첨벙이며 끊임없이 물을 움켜쥐려 하고 있는가?



인생은 내가 되는 대로 흐른다


만약 인생에 그런 법칙이 있다면, 인생은 정말 아름답지 않은가.

끌어당기는 것은 간절히 ‘원하는 것’이 아니라,

결국 내 모습 그대로 ‘그 자체’이다.

내 현재의 상태, 내 감정, 내 파장, 내 존재의 진동이

세상을 통과해 나에게 돌아온다.


그렇다면, 내가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해야 할 일은

‘간절히 바라기’가 아니라

자신을 단련하고 성장시키는 일일지도 모른다.

내가 어떤 상태인지, 어떤 시선을 세상에 보내는지를

매 순간 성찰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생각마저도 또다시 ‘통제’의 그림자를 드리운다.

여전히, 인생을 통제하려는 마음을 버리지 못한 채

‘어떻게 하면 잘 내려놓을 수 있을까’를 통제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손에서 흘러내리는 물처럼


결국 물은 손에 쥘 수 없다.

아무리 움켜쥐려 해도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고 만다.

삶을 ‘잡는’ 존재가 아니라,

삶을 ‘함께 흐르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자신에게 물어야겠다.

나는 지금, 물을 움켜쥐려 하고 있는가?

아니면 잔잔히 흐르는 물가에 앉아, 고요히 흐름을 바라보고 있는가?


이것은 훈련이다.

매 순간 다시, 그리고 또 다시 돌아가는 훈련.

그러니 오늘도 조용히 연습해 보자.

잡으려 하지 말고, 바라보는 것.

움켜쥐지 말고, 흘러가는 것.

간절함보다 고요함을 선택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자유, 그리고 삶과의 아름다운 춤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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