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23] 무엇이 나를 평온하게 만드는가

by Ire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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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는 언제나 나를 사유하게 만든다. 지나간 말, 조용한 거리감, 설명되지 않은 오해, 혹은 설명조차 필요 없는 단절. 가끔은 이유 없는 연결이 있고, 때로는 이유를 끝까지 찾아도 붙들 수 없는 틈이 있다.


관계를 맺는 일은 그 자체로 생명력이지만,

그 관계를 어디까지 유지하고 어디서부터 거리를 둘 것인가는

삶에서 가장 섬세하고도 어려운 결정 중 하나다.


나는 종종 이렇게 묻는다.

"지금 이 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게 맞을까?"

"그냥 무시하는 게 더 나은 걸까?"

"아니면 단호히 끊어야 할까?"

"내가 너무 예민하게 생각하고 있는 걸까?"


이 질문들 사이에서 흔들릴 때,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충고하곤 한다.

"그냥 넘겨. 별일 아니야."

"무심해져야 해. 그렇게 예민하면 힘들어."

"사람 일에 너무 의미 두지 마."


그 말들은 의도하진 않아도

깊이 느끼는 감정 자체를 과잉 해석이나 과민반응으로 취급하게 만든다.


하지만 정말 그런 걸까?

오히려 진실은 반대에 있다.

너무 깊이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니라,

너무 깊이 살아 있는 것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감정은

정보처럼 왔다 가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감각을 통해 스며드는 것이다.

누군가의 말, 태도, 공기 같은 침묵조차

내 안에서 일종의 파동처럼 흔들림을 만든다.


그 진동을 무시하는 것이 강함이 아니라,

그 진동을 정리하는 것이 성숙함이다.


관계 안에서 때로는 참아야 하고,

어떤 때는 분명히 선을 그어야 한다.

그리고 그 판단의 기준은 외부에 있지 않다.

그건 언제나 "내가 어떻게 평온을 되찾는가"라는

내면의 아주 조용한 기준에서 출발한다.


“무엇이 옳은가”보다 먼저 물어야 할 것은

“무엇이 나를 평온하게 만드는가”다.


때로는 거리를 두는 게 필요하다.

그것은 냉정함이 아니라 감정의 정리다.

때로는 그대로 둔다.

그것은 무기력이 아니라 자기 안에서의 소화다.

그리고 어떤 날엔

단호히 정리한다.

그건 도피가 아니라 질서 회복의 행위다.


모든 선택은 나를 반응하게 만들지만,

정말 중요한 선택은 나를 고요하게 만든다.


무심(無心)이란 아무 일에도 동요하지 않는 태도가 아니다.

진짜 무심(無心)은,

"내가 어디까지 지켜보고, 어디에서 정리할 것인가"를

감정이 아니라 감각으로 분별할 수 있을 때 생기는 태도다.


그리고 그 분별은,

내가 나를 오랫동안 관찰하고,

스스로에게 신뢰를 허락했을 때만 가능해진다.


인간관계는 완벽하게 설계할 수 있는 구조물이 아니다.

그건 언제나 예측 불가능하고, 조절 불가능한 감정의 풍경이다.

그러니 나는 실수할 수밖에 없고,

가끔은 지나치게 반응하거나,

너무 늦게 등을 돌리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중요한 건

"내가 어떤 사람으로 존재하고 싶은가"라는 질문 앞에,

내가 내리는 결정이 나를 고요하게 만드는가 하는 것이다.


그 선택이 누군가에게 오해가 되든,

너무 민감해 보이든,

무관심하게 느껴지든,

중요한 건 그것이 나의 내면에서 평온을 회복시키는가이다.


그 평온은 어떤 외부의 평가보다 오래 남는다.

그건 감정의 해소가 아니라, 존재의 정리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묻는 대신, 이렇게 느껴보자.

“나는 지금 이 선택을 통해 나를 잘 돌보고 있는가.”

“이 선택은 나를 조금 더 평온하게 만드는가.”


그 감각은, 언제나 옳다.

그 감각을 신뢰하는 것,

그것이 어쩌면 인간관계에서 가장 깊은 철학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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