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찰력은 선의를 오래 지속하도록 만든다.

by Ire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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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동안 문득 깨닫게 되는 것이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인생이라는 길 위에서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지식이나 경험 그 자체보다 통찰력과 직관력이라는 보이지 않는 내면의 눈이라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 능력은 단순히 나이가 든다고 해서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끊임없는 성찰과 반복되는 실패, 수많은 관계 속에서 길어 올린 경험이 그것을 만든다.


예컨대 사람을 알아보는 능력—한 사람의 말이 아닌 침묵 속에서 그 사람의 본질을 읽는 눈—이 바로 그러하다. 오래도록 인류의 이야기를 깊이 통달한 현자들은 미래를 예견하는 힘을 가진 듯 보인다. 이는 점이나 미신이 아니다. 그들이 지닌 힘은 방대한 역사와 인간의 반복적인 서사를 꿰뚫어 보며 얻어진 것이다. 인간 사회는 언제나 다르게 흘러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에는 놀라울 정도로 비슷한 패턴 안에서 반복된다. 그 반복의 흐름 속에서 지혜로운 통찰과 직관은 길을 밝히는 등불이 된다.


돌아보면, 지금의 나는 예전보다 훨씬 빠르고 깊이 있게 사물과 사람, 그리고 내 감정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이건 참으로 기뻐해야 할 일이다. 수많은 내면의 노력과 실천, 그리고 고통스러운 순간들을 견뎌낸 끝에 나는 이 능력을 조금씩 키워온 것이다.


이 통찰력은 단지 깨달음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것은 내 안의 선의(善意)와 맞닿아 있다. 진정한 통찰은 이기심이나 집착이 아닌 사랑과 평온의 상태에서 자란다. 그리고 놀랍게도, 통찰은 다시 그 선의를 오래도록 지키게 하는 힘이 된다. 이것은 마치 순환하는 바람처럼, 스스로를 맑히며 다시 새로운 바람을 불러오는 선순환이다. 그래서 나는 마음을 사랑이라는 자리에 단단히 고정시켜야 한다. 얼마나 아름답고 고귀한 다짐인가. “나는 이제 흔들리지 않는다”고, “나는 더는 어릴 적 그 미숙함에 머물러 있지 않다”고 나는 조용히, 그러나 단호히 말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그러한 다짐과 안정감 속에서도, 어제 문득 나는 내 감정의 깊은 소용돌이 속에서 다시 흔들리는 나를 발견했다. 별일 아닌 작은 사건이었지만, 그 순간 모든 감정이 물밀듯이 밀려와 나를 삼켜버렸다. 마음속의 그림자는 조용히 다가와, 예고 없이 나를 덮었다. 그때 나는 이성도, 의지도 모두 무력해졌다. 아무 일도 아니었던 그 사건은 내 감정 속에서 증폭되고 왜곡되어 마치 모든 것을 바꿔버릴 것처럼 느껴졌다.


순간적으로 나는 회피하고 싶었다. 이 길은 내 길이 아니라는 착각 속에서, 도망치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다. 그것은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본능이었고, 그 본능은 아주 교묘하게 나를 설득하려 했다. 그러나, 그 중요한 순간 나는 한 걸음 물러섰다.

“지금은 판단할 때가 아니다.

나는 지금 감정에 휩싸인 상태다.

이 순간의 나는 사실이 아니다.”

조용히, 수차례 그렇게 스스로에게 말하며 버텼다.


시간이 흐르고, 몇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나는 내가 얼마나 깊은 감정의 물속에 빠졌었는지를 알았다. 그리고 그 순간 아무 말도, 아무 행동도 하지 않은 나 자신에게 깊이 감사했다. 그것은 작은 승리였다. 그 침묵 속에서, 나는 나 자신을 지켰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이렇게나 취약하고도 아름다운 것이다. 수련을 아무리 해도, 성장을 아무리 거듭해도 나는 또다시 감정에 흔들릴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실패가 아니다. 인생이 본래 그러한 것이다. 중요한 것은, 감정이 나를 삼켰느냐가 아니라, 그 감정 앞에서 나는 무엇을 선택했는가이다. 나는 맞서 싸우지 않았다. 대신, 한 걸음 뒤로 물러나는 지혜를 택했다. 판단을 보류했고, 침묵을 선택했고, 나 자신을 잠시 놓아두었다.


그리고 결국 이성은 돌아왔고, 나는 아무 일도 아니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이 작은 깨달음이 모여 삶의 깊이가 된다. 나는 수없이 감정에 휩싸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나를 회복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통찰이 나에게 선물하는 진정한 자유일 것이다.


https://medium.com/@irenekim1b/reflections-on-insight-the-quiet-gift-of-intuition-9dba7a6a25e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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