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매번 늦는거야?

by Ire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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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래전부터 이름 붙일 수 없는 고질병 같은 것을 안고 살아왔다. 그것이 태어날 때부터 내 안에 함께 심어진 씨앗이었는지, 아니면 자라나며 무의식적으로 내 몸에 들러붙은 어떤 습관이었는지, 분명히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것은 내 삶의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그것은 바로 ‘늦음’이었다.


어릴 적, 학교에 늘 지각을 했다. 이상한 일이었다. 분명히 일찍 일어나고, 출발할 시간도 알았지만 어김없이 지각을 했다. 마치 시간의 파도에서 늘 한 발짝 늦게 밀려나오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러나 그 시절의 나는 그것이 그렇게 큰 문제라고 느끼지 못했다. 어린 마음은 아직 약속이라는 무게와 신뢰라는 구조물이 얼마나 섬세한 것인지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인이 된 후, 나는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누군가와의 약속에 늦는다는 것이, 시간을 지키지 못한다는 것이 얼마나 사람의 신뢰를 무너뜨리는지를. 그리고 그것이 가져오는 파장은 단순히 ‘늦었다’는 사실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늦었기에 마음이 조급해지고, 운전하는 동안에도 바늘처럼 곤두선 감정은 작은 일에도 쉽게 흔들린다. 누군가가 운전시 끼어들면 평소라면 아무렇지 않게 양보했을 상황에서도 그 작은 틈을 내주지 못한다. 그 순간 나는 더 이상 자비로운 사람이 아니다. 그저 시간을 쫓는, 눈앞만 바라보는 사람이 되어버린다.


약속 장소로 향하는 길에서 나는 나 자신을 잃는다. 시간에 뒤처진 죄책감과 초조함, 불안함이 나를 잠식한다. 생각해본다. 이렇게 살 이유가 있었을까? 단 30분. 그 30분만 앞당겼다면, 이 모든 혼란과 분주함은 시작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때로 하늘 위에서 나 자신을 내려다보는 상상을 한다. 장기판의 말이 아니라, 장기판 전체를 바라보는 자의 시선으로. 그 시선으로 본다면, 나는 얼마나 어리석은 움직임을 반복하고 있는가.


사실 3년 전쯤, 나는 한 권의 책을 읽고 깊이 각성했다. 그리고 결심했다. “나는 1시간 일찍 도착하는 사람이 되겠다.” 그 결심은 습관이 되었다. 한동안은 그랬다. 그러나 어느 순간, 나는 다시 예전의 나로 돌아가 있었다. 늦는다는 건 아무런 노력도 필요 없는 일이다. 돌아가는 건 언제나 한순간이었다. 무너지기는 너무도 쉬웠다.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단 한 번을 제외하고, 이번학기 수업에 나는 조금씩 늦었다. 생각해보면, 단 30분만 일찍 눈을 떴더라면. 조금만 더 일찍 집을 나섰더라면. 모든 흐름을 바꿀 수 있었을 것이다. 이 반복은 나 자신에게 안타깝고 실망스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나는 이제 알고 있다. 이 문제는 단순한 습관이 아니다. 이것은 삶의 태도이며, 내가 나와 한 약속을 지키는가의 문제다. 그래서 나는 다시 결심한다. 2025년, 남은 시간 동안 나는 반드시 이 한 가지를 지켜낼 것이다. ‘30분의 법칙’. 약속이 있다면 30분 일찍 도착한다. 예약이 있다면 절대 취소하거나 지각하지 않고 30분 일찍 도착한다. 단호하고도 자비로운 결단으로, 나는 나의 시간을 지켜낼 것이다. 그것은 단지 일찍 나서는 행동이 아니라, 나 자신을 존중하는 방식이 될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나는 더 넓고 깊은 평온의 세계로 나아갈 수 있으리라.



https://medium.com/@irenekim1b/the-30-minute-rule-a-farewell-to-lateness-ebc3d6637b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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