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은 전략을 무력화시킨다.

by Irene


요즘 우리는 사랑조차도 전략으로 배운다.

데이트 앱에서는 첫 문장을 어떻게 던져야 클릭률이 높은지,

심리 채널에서는 ‘상대가 집착하게 만드는 말투’,

자기계발서에서는 ‘거절당하지 않는 표현법’을 가르친다.


모두 “덜 상처받기 위해”,

“더 얻기 위해”,

“관계를 안전하게 설계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라고 말한다.


그 말이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진심’보다 ‘기술’이 먼저 나가게 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런 시대에,

한 사람이 아무 계산 없이 자기 안의 감정을 정확하고도 아름답게, 흐림 없이 꺼내어 놓는다면?


그것은 단순한 감동이 아니라,

전략 전체를 무너뜨리는 존재적 힘이 된다.


한 여성이 있었다.

그녀는 말도 적고, 드러내지 않고, 사람들과 거리 두기를 잘한다.

하지만 아주 가까운 사이, 자신이 ‘마음을 기댈 수 있다’고 느끼는 단 한 사람에게는

놀랄 만큼 솔직하고 따뜻한 편지를 쓴다.


* 계산 없이.

* 의도 없이.

* 고치지도 않고,

* 단 한 번에 그대로 쓴다.



그 편지를 받은 남성은

전략으로 살아온 사람이었다.

감정을 통제하고,

손해 보지 않고,

늘 한 수 위에서 관계를 바라보던 사람.


그런데 그 편지를 읽고,

말도 안 되는 붕괴를 겪는다.

그 이유는, 편지 속 감정 표현은 분석하거나 의도를 읽어내야 하는 무언이 아니라,

아무런 준비 없이 정면으로 맞닥뜨려야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전략은 그런 감정 앞에서 무력화되고,

그가 평생 쌓아온 방어의 모든 구조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편지를 읽을 때마다

잊고 있던 어린 시절의 나로 돌아가는 기분이에요.”

그는 그렇게 말했다고 한다.




그녀는 편지에서 이렇게 썼다.


“나는 사람을 단 한 면으로 판단하지 않아.

그 실수 또한 마음이 커져서 그런 것이니, 아름답고 감사한 마음이라고 생각해.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세상 누구도 보지 못하는 노란 하트가

당신의 가슴 안에 있다는 걸 나는 봤으니까.”


이건 전략이 아니다.

위로도, 칭찬도, 설득도 아니다.

그녀는 단지 자기가 느낀 감정을,

흐림 없이 명확하게 표현했을 뿐이다.


그런데 그 ‘단지’가

그의 전략 전체를 무너뜨렸다.


그는 살아오며 단 한 번도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고’,

‘자신을 비추기만 하는 진심’을 받아본 적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그녀 앞에서 그는 무너졌다.



진심은 전략을 무력화시킨다.


이 말은 곧,

전략으로는 절대 닿을 수 없는 세계가 존재한다는 뜻이다.


그 세계에는

기술도, 스킬도, 방법론도 통하지 않는다.

그저 감정 그대로,

내 존재의 울림이 상대의 존재를 진동시킬 수 있을 때만

접속 가능한 세계다.


그리고 그 접속이 일어나는 순간,

전략은 붕괴하고,

인간은 처음으로 스스로의 진짜 결핍을 마주하게 된다.




우리는 지금

말 한 마디조차 다듬고 포장하며,

서로를 설득하고 맞춰야 사랑이 가능하다고 배운다.


하지만,

정말 사랑을 가르치는 건 기술이 아니라

명확하고 흐림 없는 감정의 언어다.


그 언어는 계산하지 않는다.

얻고자 하지 않는다.

단지,

‘나에게 당신은 이런 존재였어’라고

그 자체로 말해줄 뿐이다.


사랑의 최고의 기술은 기술을 부리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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