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이런 질문을 내게 던져본 적이 있다.
“넌 지금 어디로 가고 있니?”
살면서 나는 수많은 선택을 한다. 그리고 그 선택은 인생의 방향을 조금씩 바꿔 놓는다. 하지만 그 방향이 정말 내가 원했던 길이었는지, 아니면 누군가가 걷기를 바란 길을 대신 걸은 것인지, 알 수 없을 때가 있다.
나는 오랫동안 좋아하는 것을 따라 살아왔다고 믿었다. 적어도 그렇게 믿고 싶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것들이 사실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좋아하는 것처럼 보였던 것들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예쁜 옷, 반짝이는 시계, 유행하는 취미. 그것들을 손에 넣었을 땐 잠시 기분이 좋았다. 만족감도 있었고, 뿌듯함도 느꼈다. 하지만 그 감정은 생각보다 빨리 식었다. 처음에는 정말 원했던 것 같았지만, 시간이 지나자 그 물건들은 내 방 어딘가에서 조용히 자리를 잃어갔다.
그건 아마도 내 안에서 우러난 ‘좋아함’이 아니라, 타인의 시선을 통해 얻은 일시적인 설렘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남이 가진 걸 보고 나도 갖고 싶어졌고,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것을 가질 때 잠시 내가 괜찮은 사람인 것처럼 느껴졌을 뿐이었다.
어떤 물건을 샀을 때, 그것을 사용하거나 바라보는 내 기쁨보다도 그걸 착용하고 나갔을 때 타인이 어떻게 반응할지를 먼저 기대한다면, 그것은 ‘좋아하는 것 같은 것’일 가능성이 크다. 그 물건이 정말 나의 감정 깊은 곳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인정을 통해 감정이 만들어지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알게 되었다. 정말 좋아하는 것은 조용히 존재한다는 것을. 누구에게 보여주지 않아도, 아무런 반응이 없어도, 그냥 그 존재 자체로 나를 따뜻하게 만드는 것들이 있다는 것을.
시계를 사서 차지 않아도, 집에서 꺼내 바라보는 것만으로 마음이 차오른다면 그건 진짜 내가 좋아하는 것이다. 누군가와의 대화 끝에 마음이 편안해지고, 말없이 같이 있어도 좋은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진짜 내가 아끼는 사람일 것이다. 꼭 사진을 찍지 않아도, 아무 말 없이 걸어도 마음이 고요해지는 곳이 있다면 그곳은 내게 진짜 소중한 장소다.
어떤 장소에 갔을 때, 너무 감정이 벅차올라 휴대폰을 꺼내는 것조차 잊고 그 순간에 온전히 빠져 있을 수 있다면, 그것은 정말로 내가 좋아하는 장소일 것이다. 반면, 눈앞의 풍경보다도 그걸 찍어 SNS에 올릴 생각에 더 설레고, 사람들의 반응을 상상하면서 마음이 기뻐진다면, 아마도 그건 ‘좋아하는 것 같은 것’일 수 있다. 그 풍경이 주는 감정보다, 그것을 ‘공유했을 때’의 반응이 더 크다면 말이다.
그런 것들은 남의 인정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비교할 필요도 없다. 그저 나와 연결된 감정만으로 충분하다. 혼자 있어도 좋고, 남이 뭐라 하지 않아도 오래도록 곁에 두고 싶은 것. 그런 것들이 진짜 좋아하는 것이다.
나는 자주 남들에게 물었다.
이건 어떻게 해야 할까? 저건 어떤 게 좋을까? 누구처럼 되고 싶을 땐 그 사람에게 묻곤 했다. 그런데 내가 정말 물어야 할 사람은 나 자신이었다는 걸, 아주 오래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넌 어디로 가고 싶니?
넌 뭘 할 때 가장 살아 있음을 느끼니?
넌 누구와 있을 때 웃고 있니?
이 질문들은 대답하기 쉽지 않다. 머리로는 잘 모르겠고, 뚜렷한 언어로 설명할 수도 없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내 몸이 먼저 대답한다. 그곳에 가면 가슴이 뛴다. 그 일을 하면 시간이 사라진다. 그 사람과 있으면 이유 없이 웃게 된다.
그게 나의 해답이다.
그게 내 인생이 원하는 방향이다.
나는 이제 정답을 찾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대신 나에게로 걸어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 누군가 이미 걸어간 길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발자국을 남기며 나에게 가까워지는 길을 선택하고 싶다. 그 길의 속도가 느려도, 때로는 돌아가더라도, 내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을 향해 걷고 있다면 그게 맞는 길 아닐까.
이제는 더 이상 남의 기준으로 성공을 정의하지 않는다. 누군가의 칭찬보다, 내 마음이 평화로운지를 먼저 바라본다. 세상이 말하는 ‘좋은 것’보다, 내 감정이 반응하는 ‘진짜 좋은 것’을 소중히 여긴다.
정답은 완성된 형태로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던지는 과정 속에서 천천히 모습을 드러낸다. 그 질문에 귀 기울이고, 내 감정을 관찰하고, 몸의 반응을 느끼는 하루하루가 곧 나의 여정이다.
나는 오늘도 내게 묻는다.
지금 이 삶은 너에게 기쁨이니?
이 길은 너를 살아 있게 하니?
너는 이 순간을 사랑할 수 있니?
그 질문에 ‘예’라고 말할 수 있다면,
그 순간이 바로, 나의 정답이다.
https://medium.com/@irenekim1b/a-quiet-walk-toward-myself-5e217ea5e47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