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방학의 첫날이었다. 아침 햇살이 창가에 스며들 듯, 내 일상 속으로도 고요한 빛이 흘러들었다. 오랜만에 무겁던 짐을 내려놓고 눈을 뜨니, 마치 단단한 껍질을 벗어낸 듯 해방의 감각이 온몸에 번졌다. 나는 평소처럼 익숙한 루틴을 차분히 밟으며 하루를 열었다. 밀려 있던 일들을 정리하고, 새로운 시간의 설계를 차곡차곡 세워가리라 다짐했다.
저녁이 되고, 식사를 마친 손끝은 어느새 유튜브를 향했다. 무심코 켠 쇼츠 하나가 눈길을 사로잡았고, 단순한 웃음으로 시작된 순간은 곧 끝없는 미로가 되었다. 가벼운 웃음을 넘기려 했지만, 다음 영상을 향한 손가락은 멈추지 않았다. 무의식의 어두운 터널을 걷듯, 짧디짧은 영상 속에서 눈은 자극을 받아들이고, 마음은 흔들렸다. 그렇게 흘린 시간은 어느새 다섯 시간. ‘이러면 안 되는데…’라는 생각이 스쳐갔으나, 그것은 바람결 같은 한순간일 뿐, 몸과 정신은 이미 깊은 안개 속에 잠겨 있었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나는 내 의지와 상관없는 파편들을 흡수하고 있었다. 의미없는 개그, 짜여진 각본에 의한 감동, 범죄의 그림자, 혐오의 언어, 불편한 뉴스 조각들이 미세먼지처럼 내 안에 쌓였다. 잠자리에 들 때 남은 것은 단지 ‘허무하다’는 말로는 담기지 않는, 씻기지 않는 껍질 같은 감정이었다.
그러나 곰곰이 들여다보니, 나의 감정은 단순한 허무가 아니었다. 나는 분명히 느꼈다. 오후에 유튜브를 보며 잠시 쉬는 일은 내일을 위한 꼭 필요한 시간이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시간이 나의 통제 아래 있을 때라는 점이다. 내가 선택하여 영상을 보는 것은 쉼이 될 수 있지만, 쇼츠는 달랐다. 그것은 나의 의지를 벗어나, 나를 이리저리 휘두르게 만들었다. 바로 그 지점에서 가장 깊은 불편함과 무력감이 비롯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음 날 오늘 아침, 몸은 이상하리만치 무거웠다. 떠오른 첫 장면은 어젯밤 무심히 지나쳤던 자극적인 영상의 잔상. 그것은 어둠 속에서 날카롭게 빛나는 파편처럼 의식 깊은 곳을 찔러왔다. 나는 이미 무수한 감정의 조각들에 흔들리고 있었다.
커피 한 잔 앞에서 동기부여 영상을 틀었지만, 알고리즘은 이미 무너져 있었다. 나를 깨우는 설렘 대신, 또다시 자극적인 영상이 화면을 점령했다. 그 순간 직감했다.
‘이걸 누르는 순간, 오늘 하루는 무너진다. 나는 나의 오늘을 잃게 될 것이다.’
급히 손을 멈추고, 다시 통제권을 되찾기 위한 작은 싸움을 시작했다. 영상마다 ‘관심 없음’을 눌러가며 알고리즘을 정돈했다. 마치 흐트러진 마음의 책장을 차근차근 정리하듯, 나는 디지털의 세계를 다시 내 세계로 되돌렸다.
나는 안다. 이 싸움에서 영원히 이길 수는 없다. 유혹은 언제든 강하고, 의지는 언제든 흔들린다. 그래서 내가 택한 방법은 유혹을 싸워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지키는 울타리를 세우는 것이다. 하루의 알고리즘을 내 손에 다시 되찾는 일, 유혹이나 자극없는 환경설정을 하는 일, 그것이 곧 내 삶을 지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시간은 언제나 가장 정직한 최고의 스승이다. 휴식이든 성장의 순간이든, 결국 돌아보았을 때 후회 없이 남아야 한다. 그러나 어제의 나는 그러지 못했다. 그래서 오늘 나는 결심했다. 다시 내 삶의 알고리즘을, 내가 설정하기로.
화면 너머의 혼돈을 정리하고 나서야 비로소 숨이 트였다. 그제야 진짜 하루가 열렸고, 나는 다시 나로 돌아올 수 있었다.
https://medium.com/@irenekim1b/reclaiming-my-algorithm-0cb7d84343e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