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사랑

by Ire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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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요즘,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사랑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한때는 사랑이란 끊임없이 표현하고, 무언가를 해주며, 마음을 드러내야만 가능한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다르게 느낀다.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편안한 관계, 그 자체로 이미 충분하다고 여겨지는 사랑이 더 깊고 단단하게 다가온다.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애써 감동을 주려 들지 않아도, 말로 마음을 포장하지 않아도, 그저 존재만으로 옆 사람의 마음을 부드럽게 정돈해주는 사람. 말없이 곁에 있어도 불편하지 않고, 설명 없이도 마음이 전해지는 사람. 누군가를 조종하려 하지 않으면서도, 나답게 살아가는 방식만으로 상대에게 ‘그대도 있는 그대로 괜찮다’는 확신을 주는 존재.


그런 존재가 되기 위해 필요한 건, 겉으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듯 보일지라도, 그 안에 고요하고 단단한 중심을 길러온 내면의 힘이다. 누구의 반응도 필요 없이 스스로를 증명할 수 있고, 외부의 기준에 따라 자신을 바꾸지 않는 태도. 있는 그대로의 타인을 바꾸려 들지 않으며, 내가 먼저 흔들리지 않기 위해 조용히 나를 단련해온 사람만이 가능한 일이다.


그런 사람 곁에선 설명 없이도 마음이 정돈된다. 말 한마디 없이도 주변을 고요하게 만드는 힘이 생긴다. 그리고 그 고요는 누군가의 마음을 조용히 정렬시키기도 한다.


내가 바라는 사랑은 특별하거나 거창하지 않다.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충만한 연결. 서로를 바꾸려 하지 않고, 상대에게서 무언가를 얻어내려 하지 않으며, 각자의 삶을 살아가면서도 자연스럽게 이어져 있는 감정. 함께 있어도 자유롭고, 떨어져 있어도 불안하지 않은 거리. 그 자체로 이미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는 상태.


어떤 이들은 의문을 품을지도 모른다.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 왜 그렇게 강한 감정을 불러일으킬까?"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그것은 바로 그 사람 앞에서 처음으로 ‘있는 그대로의 나’로 존재할 수 있었던 경험 때문이다. 어떤 역할도, 성과도, 위치도 필요 없이 받아들여지는 감각. 그것은 세상이 줄 수 없는 깊은 안정이며, 어떤 말보다 더 진한 사랑의 형태다.


그리고 나는 그런 사랑을 받고 싶다기보다, 내가 먼저 그런 사랑이 되고 싶다. 상대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으면서도, 그 사람 안의 평온을 자연스럽게 일깨우는 존재. 내가 나답게 살아가는 모습 속에서, 상대도 자기 자신으로 살아도 괜찮다는 안정감을 느끼게 하는 사람.


사랑은 무언가를 해주는 행위보다 서로를 있는 그대로 허용하는 태도에 더 가깝다고 믿는다. 나는 누군가에게 그런 허용이 되고 싶다. 있는 그대로 괜찮다고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마음,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그 옆에 있는 것만으로 편안해지는 느낌. 말보다 깊은 언어로 연결되는 감정.


그런 사랑은 눈부신 언약도, 특별한 이벤트도 필요 없다. 그저 내가 나로서 존재하는 순간에도, 상대가 자신으로 충분히 존재할 수 있는 여백을 남기는 일. 그 여백은 침묵으로 채워지고, 그 침묵은 온기로 변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조용히 단단해지려 한다. 내가 품는 침묵이 따뜻하게 느껴지고, 내가 지닌 중심이 상대에게도 편안한 리듬으로 전해지기를 바라며. 내가 먼저 그런 사랑이 되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충만한 사랑을 품을 수 있기를.


사랑은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 사이에 흐르는,

고요한 확신이다.


https://medium.com/@irenekim1b/the-kind-of-love-that-needs-nothing-5860f4a0d62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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