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종종, 흐르는 물을 손으로 움켜쥐려 한다.
그 물이 내 것이기를, 흐름을 거슬러 멈추게 하기를 바라며 손끝에 힘을 준다.
그러나 물은 언제나 그 손아귀를 빠져나간다.
그때 나는 문득 깨닫는다.
진짜 평온은, 흐름을 바꾸려 아등바등하는 것이 아니라
그 흐름 옆에 조용히 머무를 수 있는 힘에서 온다는 것을.
삶의 여정 속에는 스쳐 지나간 기회들이 있다.
붙잡으려다 놓친 인연이 있고,
간신히 잡았지만 감당하기 버거웠던 무게도 있다.
그 모든 것은 결국, 아직 ‘내 것’이 아니었을 뿐이다.
돌고 돌아 다시 나에게 오는 것만이, 진짜 나의 몫이다.
그래서 이제는 억지로 가지려 하지 않는다.
기회를 억지로 품으면 그것은 곧 짐이 되고,
사람을 억지로 곁에 두면 결국 서로가 버겁다.
진짜 내 것이었다면,
나는 두고 돌아서도 다시 그 자리에서 마주하게 된다.
그때의 나는, 그 자리에 설 자격을 갖춘 나일 것이다.
과거의 나는 종종 ‘원래’라는 말에 발목이 잡혔다.
나는 원래 이렇게 되었어야 했고,
내 인생은 원래 이렇게 흘러갔어야 했다고.
하지만 어느 순간, 그 ‘원래’라는 것이
실체 없는 집착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 인식 이후로, 인생의 많은 고통이 스르르 사라지기 시작했다.
사랑도, 기회도 마찬가지다.
내 것이면 올 것이고,
아니라면 스쳐 지나갈 뿐이다.
그러니 미련은 필요 없다.
어차피 진짜인 것은 도망가지 않는다.
세상은 원하는 사람에게 기회를 주지 않는다.
준비된 사람에게 기회가 구조적으로 이동할 뿐이다.
그러니 기다리지 말고 준비하라.
붙잡으려 하지 말고, 단단해져라.
정렬된 나의 내면이 결국 나의 자리를 만든다.
나는 요즘, 평온 속에 있다.
하지만 어쩌면, 나는 그 평온에 머무르기 위해 애쓰고 있는지도 모른다.
자꾸만 흐르는 물의 옆에 조용히 머무르고 싶어 하면서도,
어느 순간 또다시 손을 뻗어 물을 움켜쥐려 한다.
아직은 흘러가는 것을 온전히 믿는 데에 서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 힘을 주지 않고도 평온 속에 조용히 머무를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미래를 조급히 재단하지 않고,
오늘 하루를 온전히 살아내려 한다.
더 짧게는 지금 이 순간,
나는 나 자신을 흠모하는 사람으로 살기 위해
무엇을 채웠는가를 묻는다.
그 여정은 타인의 칭찬이나 반응을 위한 것이 아니다.
남의 기준에 나를 맞추기 위한 것도 아니다.
오직 나 자신에게 진실하기 위함이다.
내가 나를 사랑할 수 있도록,
오늘 하루를 정성스럽게 다듬는다.
어떤 결과를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금 이 삶의 과정 자체가 이미 완성의 일부임을 믿기 때문이다.
그것이 무엇인지 아직은 모르지만,
매일 하루를 진심으로 채우다 보면
어느 순간, 분명한 ‘의미’가 모양을 드러낼 것이다.
그러니 이제는 너무 깊이, 심각하게 인생을 묻지 않는다.
철학보다 더 중요한 건,
지금 이 순간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나 자신을 더 흠모하게 되는 과정이다.
결국, 그것이 전부라는 걸 알게 되었다.
https://medium.com/@irenekim1b/what-slipped-through-my-fingers-c5ff975793b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