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종종 오늘은 말을 조심해야지 다짐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그러나 경험상 이런 다짐은 그저 감정이 앞설 때 잠깐의 속도 조절일 뿐, 실질적인 힘이 되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다르게 해보기로 했다. 오늘은 '침묵한다'. 그렇게 결심하는 날은 확실히 달라진다. 말이 완전히 사라지는 건 아니지만, 확연히 줄어든다. 감정에 올라타기보단 한 걸음 물러서게 되고, 말을 아끼려는 무의식의 경계가 나를 지켜준다.
왜일까. 말이 많아지면 실수가 늘고, 말의 무게가 가벼워지며, 꼭 하지 않아도 될 말들이 섞이기 때문이다. 결국 내가 배운 건 단 하나다. 실수를 줄이려면 말을 줄여야 한다. 그리고 말을 줄이기 위해서는 억지로 참는 것이 아니라, 기준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침묵 훈련은 말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존재의 중심을 말이 아닌 기준에 두는 일이다. 그 기준이 하루를 지배할 때, 나는 말보다 더 명확해지고, 말보다 더 깊은 울림을 나 자신에게 남긴다. 물론 하루 종일 말을 하지 않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러나 "매일 침묵을 훈련하는 날이다"라고 스스로에게 선언하는 순간, 그날의 대화는 분명 달라진다. 나는 내 말의 무게를 다시 느끼게 되고, 불필요한 감정 소비를 줄일 수 있다.
또 하나, 내가 배운 중요한 훈련은 약속을 가볍게 하지 않는 것이다. 사람은 예측할 수 없는 존재이고, 인생은 언제든 흐트러질 수 있다. 약속은 많을수록 품위를 잃기 쉽다. 그래서 나는 다짐했다. 약속은 될 수 있는 한 하지 말자. 그러나 반드시 해야 할 약속이라면, 그것은 하늘이 무너져도 지키겠다는 각오로 하자. 그 태도야말로 진짜 품위다. 약속을 많이 지키는 사람보다, 약속을 신중하게 하고 반드시 지키는 사람이 더 품위있는 사람이다. 나는 그 품위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침묵을 훈련한 날, 나는 조용히 잠들 수 있었다. 실수하지 않았다는 마음의 평온은 어떤 성취보다 더 깊은 만족감을 안겨준다. 그 평온 속에서 나는 나의 내면이 더 단단해지고 있음을 느낀다. 이것이 내가 오늘도 침묵을 훈련하고, 최대한 약속을 하지 않기로 다짐하는 이유다. 삶의 품격은 말이 아니라, 침묵의 기준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나는 점점 더 확신하게 된다.
말을 다스리는 사람이 인생을 다스릴 수 있다.
오늘의 훈련은 이것이다.
침묵의 날을 선언하고 시작하기.
절대 함부로 약속하지 않기.
이미 타인 혹은 나 자신과 한 약속은 절대적으로 지키기
그리고 사실 이 모든 것들은 신뢰에 관한 이야기다. 나는 인간관계든, 일이든, 모든 성공과 행복은 결국 신뢰에서 시작된다고 믿는다. 그래서 늘 묻는다. 나는 나 자신을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인가? 나는 신뢰받을 수 있는 사람인가?
결국, 나 자신을 진심으로 신뢰할 수 있을 때에만 타인에게도 신뢰를 줄 수 있다. 그리고 나 자신을 신뢰할 수 있을 때에만, 타인도 진심으로 신뢰할 수 있게 된다.
침묵을 실천하고, 약속을 신중히 하고, 그것을 반드시 지키는 것. 이 단순하고도 당연한 일들이 사실은 얼마나 어려운지, 얼마나 많은 훈련과 실패, 성찰과 성장이 필요한지 나는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지금도 나는 훈련 중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더욱 열심히 훈련할 것이다. 나는 그렇게, 나 자신을 신뢰하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그 신뢰 위에 내 하루를, 내 삶을 쌓아가고 싶다.
https://medium.com/@irenekim1b/%EF%B8%8F-the-silent-standard-998f8af1e58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