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다듬어지는 것이다.

by Ire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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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내 삶의 방향을 크게 흔들었던 건 언제나 외부의 거센 풍랑이 아니라, 조용히 속에서 일어난 작은 진동이었다. 그 진동은 대개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찾아왔고, 그 실체는 아주 평범하고 익숙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 정도면 괜찮겠지’라는 안심. ‘설마 그렇게까지 되겠어’라는 자만. 그 작은 방심이 흘러들 때, 나는 이미 중심에서 조금씩 멀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흔들린다. 하지만 내가 진짜 위험했던 때는 흔들릴 때가 아니라,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을 잊었을 때였다. 불안한 마음을 덮기 위해 서둘러 내린 결정, 탐욕이 눈을 가린 선택, 감정에 휩쓸려 던진 말, 혹은 그냥 피곤하다는 이유로 대충 지나친 어떤 순간들. 그것들은 하나하나 아무렇지 않아 보였지만, 결국엔 방향 전체를 바꾸는 시작이었다.


나는 늘 중심을 잃지 않으려 애쓴다. 하지만 중심은 단단한 돌기둥처럼 내 안에 우뚝 서 있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다시 세워야 하는 투명한 유리탑 같았다. 조금만 기울면 빛의 각도가 달라지고, 소리를 품는 방식도 달라진다. 그 탑을 지키기 위해 나는 매일 나를 조율해야 했다.


인간관계 또한 그와 다르지 않았다. 가장 가까운 사람과의 관계도 ‘이 사람은 괜찮겠지’ 하는 순간부터 선이 흐려지고 기준이 무뎌졌다. 그 선 하나가 무너지면 다시 세우기까지는 생각보다 긴 시간이 걸렸다. 가끔은 영영 되돌릴 수 없기도 했다.


신뢰는 언제나 말보다 태도에서 생겨났다. 그 태도는 아주 작은 것에서 드러났다. 약속을 지키는 시간의 정확함, 말끝을 맺는 방식, 문을 여는 손의 조심스러움. 이름도 없는 예의와 기준이 쌓이고 쌓여, 결국 나의 무게가 되었다.


그렇기에 나는 점점 더 조심스러워졌다. 단단한 사람은 드러내지 않고도 중심이 있다. 조용한 사람일수록 오래 가는 힘이 있다. 흔들리지 않기 위해 소리 내지 않고 수면 아래서 스스로를 다잡는 사람. 나는 그런 사람을 닮고 싶다.


물론 앞으로도 수없이 흔들릴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안다. 그 흔들림은 끝이 아니라 신호라는 것을. 그 신호 앞에 잠시 멈춰 서서 내 안의 결을 다시 살펴보는 것, 그것이야말로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훈련이라는 것을.


삶은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다듬어지는 것이다. 나는 지금, 그 다듬어지는 시간을 살아가고 있다. 내면이 맑고 단단해질수록, 말은 적어지고 자세는 조용해진다. 조용하게, 단단하게, 중심을 세우며 살아가고 싶다.



https://medium.com/@irenekim1b/on-quiet-tremors-and-the-art-of-holding-center-f00e681ddc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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