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름을 따라 살아보기로 한 11월의 첫날

by Ire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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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첫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낯선 감정이 조용히 다가왔다. 마치 속삭이듯 내면을 톡 하고 건드리는 목소리 하나. “오늘부터는 그냥 흐름을 따라가 보자.” 강박하지 말고, 조율하려 애쓰지 말고. 무엇을 붙잡으려 애쓰기보다, 흘러가는 대로 한 번 살아보는 건 어떨까. 그 목소리는 말없이 잔잔하게 퍼졌고, 나는 그 물결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돌아보면 참 많은 ‘단련’을 해왔다. 더 나은 나를 향한 훈련. 좋은 습관을 만들기 위해, 스스로를 고통 속에 밀어 넣기도 했다. 조금이라도 흐트러지면 다시 조이고, 다시 다잡았다. 그렇게 해서야 비로소 방향을 찾을 수 있었고, 오늘의 나는 그 시간 위에 서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언제나 그 다음엔 ‘힘을 빼라’는 말이 따라왔다. 정해진 공식처럼.


웨이트 트레이닝을 처음 시작했을 때도 그랬다. 처음엔 온몸에 힘을 꽉 주고, 하루하루를 버텨내야 했다. PT 수업은 일상의 전투였고, 근육통은 출석 도장이었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는, 이상하리만치 몸이 그 운동을 기다렸다. 자연스레 움직이고, 자연스레 호흡하며. 그러고 나서야 들려온 말. “이제는 힘을 빼세요.”


골프도 비슷했다. 초반에는 같은 자세, 같은 동작을 반복하고 또 반복했다. 실수를 두려워하며, 완벽을 강박했다. 그러던 어느 날, 또 들려온 익숙한 조언. “이제 힘을 빼세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인생에서 ‘힘을 뺀다’는 건 도대체 어떤 의미일까?


사람들은 말한다. 진짜 평온은 흐름을 바꾸려 애쓰는 데서 오는 게 아니라고. 물을 움켜쥐려 손을 내밀어도, 손가락 사이로 미끄러지듯 빠져나가는 그것처럼, 억지로 붙잡을수록 멀어진다고. 그러니 흘러가는 강물 옆에 그저 조용히 머무는 것이 흐름을 따르는 삶이라고. 그러나 나는 아직 그 연습이 서툴다. 무의식 중에도 자꾸 손을 뻗어 물을 붙잡으려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흐름을 따른다’는 것은 미소 지으며 그 곁에 머무는 일이라고 한다. 하지만 내 안의 불안은 종종 속삭인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무너질 거라고, 흘러가버릴 거라고. 그래서 마음이 조급해지고, 다시 손에 힘이 들어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믿고 싶다. 무너지지 않고, 흐트러지지 않으며, 고요하게 흘러갈 수 있는 삶이 존재한다고. 단지 나를 맡기면 되는 삶. 흘러감 속에서도 방향을 잃지 않는 삶이 어딘가 있을 것이라고.


그래서 오늘, 나는 다짐한다. 강박하지 않기로. 꼭 해야 한다고 몰아세우지 않기로.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여유 속에서 흐름을 따라 흘러가 보기로.


왜인지 모르겠지만, 이 11월의 첫날. 나는 이 수련을 시작해야만 할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깊은 곳에서부터 울리는 목소리 하나가 속삭인다.


“지금이야말로, 흐름을 믿어볼 때야.”



https://medium.com/@irenekim1b/the-first-day-of-november-choosing-to-live-in-the-flow-b46e678936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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