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無心)을 향해 흐르는 중입니다.

by Ire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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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전부터 아주 단순한 훈련을 시작했다.

강박적으로 ‘해야만 한다’는 생각을 멈추고,

모든 것을 흐르게 두는 연습이었다.


“해도 되고 안 해도 돼.”

이 말을 마음속에 중얼이며 하루를 보냈다.

처음에는 어색했다.

내 마음은 늘 방향을 정하고, 이유를 찾고, 결과를 계산하려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했다.

이 말을 계속 반복하다 보니

감정의 밀도가 서서히 바뀌는 걸 느꼈다.

무거웠던 집착이 한 겹 벗겨지는 느낌.

잡고 있던 손을 슬며시 놓는 듯한, 조용한 이완.



훈련의 시작: 말로 자각하기


훈련의 첫 단계는 아주 단순했다.

마음이 움직일 때마다 말로 감정을 자각하는 것.

“지금 긴장했구나.”

“욕심이 올라오네, 그냥 보자.”

“놓자. 흘려보내자.”


이렇게 내 마음을 언어로 명확히 해주는 것만으로

감정의 정체가 잡혔고,

그걸 움켜쥘 이유가 사라졌다.


이 단계에서는 ‘해도 되고 안 해도 돼’라는 말이 큰 힘이 되었다.

강박이 올라오면 말했고,

불안이 올라오면 다시 말하며 중심을 찾았다.


하지만 그 말을 계속하다 보니,

어느 순간 말조차 필요 없는 상태가 찾아왔다.



흐름을 탄다는 것, 그 너머에


이 훈련을 하며 처음으로 알게 된 것이 있다.

흐름을 탄다는 건 의지로 애써 맞추는 것이 아니었다.

흐름은 내가 쥐고 있는 걸 놓을 때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내가 마주한 단어가 있었다.

바로 무심(無心).


처음엔 오해했다.

무심이란 아무 생각 없는 ‘멍한 상태’인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무심은 생각이 없거나 감정이 없는 것이 아니다.

그 모든 것을 보되, 거기에 끌려가지 않는 상태.

마음이 반응하되, 그 반응을 그냥 알아차리고 흘려보내는 자리.


즉,

감정은 오고,

생각은 흐르며,

상황은 벌어지지만,

나는 그 자리에 머물지 않는 것.


무심은 깨어있는 자각이자,

깊은 중심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었다.


무심은 이런 모습이다

해야 할 일이 있어도 급하지 않다

해야 할 일을 해도 애쓰지 않는다

생각이 올라와도 그 생각이 나라고 여기지 않는다

감정이 올라와도 그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다

하지 않아도 부채감이 없다

해내도 자기 칭찬에 들뜨지 않는다


무심은 “아무 생각 없음”이 아니다.

무심은 생각이 떠오르되, 휘둘리지 않고

흘러보낼 줄 아는 존재의 중심 상태다.


“오늘 루틴 못 했네”라는 생각이 드는 건 괜찮다.

그 생각을 알아차리고 중심을 유지하고 있다면,

이미 무심의 문턱 안에 들어선 것이다.



‘말 없는 시선’으로 넘어가기


그래서 나는 훈련을 바꿨다.

이제는 말로 자각하는 것을 줄이고,

그저 조용히 바라보는 훈련으로 전환했다.


감정이 올라오면,

그저 "응, 알아." 하고는 내려놓는다.

말을 줄일수록 감각은 더 섬세해지고,

잡음은 줄어들고,

마음속 공간은 넓어졌다.


이제는 자주 조용한 상태에 머물게 된다.

말하지 않아도 되는 자각,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확신,

움직이지 않아도 되는 안정감.


그 자리가 편하다.




앞으로도 나는 훈련을 이어갈 것이다.

말로 자각하며 감정 분리하기

말 없이 조용히 바라보기

감정과 생각을 흘려보내는 무심의 중심에 머무르기


이 길은 훈련 같지 않다.

그저 삶 자체가 훈련이고,

순간순간이 수련의 장이 되어간다.


기대도, 목표도, 결과도 사라진 자리에서

나는 그저 살고자 한다.


말이 사라지고,

감정은 흘러가고,

나는 거기 조용히 서 있었다.



https://medium.com/@irenekim1b/flowing-toward-mushim-%E7%84%A1%E5%BF%83-400cffeedd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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