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사람은 '고수'가 되어가는가

— 무심에서 도(道)까지의 여정

by Irene

우리는 종종 궁금해합니다.

‘고수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수행자, 예술가, 무도인의 경지는 어떻게 쌓여가는 걸까?’


그 해답은 단순한 노하우나 훈련법 너머에 있습니다.

그리고 이 여정은 다음과 같은 단계를 따라 흐릅니다.



1. 의식하고 애쓰는 시기 — 유위의 길


고수의 길도 처음엔 아주 인간적입니다.

“잘해야 한다”, “멋지게 해내야 한다”는 마음으로 시작되죠.

말을 고르고, 목소리를 조절하고, 자세를 신경 씁니다.

모든 것이 의도적입니다. 노력과 집중이 앞섭니다.


이 시기는 '유위(有爲)'의 시간입니다.

즉, 의지를 가지고 계속해서 의식적으로 ‘행위’하는 상태이죠.


긴장되고 어색합니다. 잘하려는 마음이 오히려 흐름을 막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시기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선(禪)도, 무도도, 예술도 모두 이 ‘의식의 초심’을 통과해야 합니다.



2. 무의식의 문이 열릴 때 — 무위의 시작


충분한 훈련이 쌓이면 어느 순간,

의식하지 않아도 몸이 반응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때 다시 ‘의식’이 개입되면 흐름이 끊깁니다.

그래서 스승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놓아라.”

“힘을 빼라.”

“하려고 하지 마라.”


이 말들은 단순한 조언이 아닙니다.

무위(無爲)의 문을 여는 열쇠입니다.


무위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가 아니라,

더 이상 인위적이지 않은 자연스러운 행위입니다.

움직이면서도, 움직이지 않는 듯한 그 경지.

의도와 행동이 하나로 겹쳐진 상태.


이때부터 고수의 세계가 열립니다.



3. 내가 사라지는 체험 — 무아의 지평


무위의 시간이 쌓이면, 어느 순간

자신의 '의도'마저 흐려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그것이 바로 무아(無我)입니다.


예를 들어 이런 느낌입니다.

“내가 읽으려고 하지 않아도, 그냥 읽히는 느낌.”

“목소리를 내고는 있지만, 내가 낸다는 감각이 사라진 듯한 상태.”

“몸이 스스로 움직이고, 나는 그냥 지켜보는 느낌.”


칼을 휘두르는 것이 내가 아니라, 칼이 스스로 움직입니다.

몸이 반응하는데, 나는 그저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을 뿐입니다.

상대가 어떻게 나오는지 ‘판단’하지 않아도, 이미 대응이 이루어져 있습니다.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전에, 동작이 나가 있습니다.

무아란 내가 없어진다는 말이 아닙니다.

더 이상 ‘나’라는 중심점이 작용하지 않는 상태를 뜻합니다.

내가 잘해야 한다는 의식도,

내가 하고 있다는 감각도 사라진 상태.

오직 행위만 남습니다.



4. 경계가 사라지는 순간 — 물아일체


무아가 깊어지면

나와 대상의 경계마저 흐려지기 시작합니다.


글을 쓰는 내가 글이고, 글이 나입니다.

소리를 내는 내가 소리고, 소리가 곧 나입니다.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내가 움직임 그 자체가 됩니다.


이 상태를 물아일체(物我一體)라 부릅니다.

검객들은 ‘검과 하나가 되는 순간’이라 말하고,

예술가들은 ‘붓이 나를 움직인다’고 표현합니다.


그 순간에는 관찰자도 사라집니다.

오직 현상만이 흐릅니다.



그 다음은 무엇인가?


“무위, 무아, 물아일체까지 갔다면, 그 다음은 무엇입니까?”


그 다음은 더 이상 설명되지 않습니다.

도(道) 그 자체로 존재하는 삶, 그것뿐입니다.


무위조차 의식하지 않고

무아라는 말조차 필요 없으며

물아일체를 표현하지도 않고

그저 자연(自然)처럼 살아가는 존재가 됩니다.


노자는 말했습니다.

“도는 항상 무위하나, 이루지 않음이 없다.”

(道常無爲 而無不爲)



고수의 길은 결국, 존재의 진화다


고수가 되어간다는 것은

단순히 기술을 익히는 것이 아닙니다.

존재가 진화하는 일입니다.


무심은 머무르지 않고,

무위는 작용하지 않으며,

무아는 자기를 잊고,

물아일체는 경계를 허물고,

도는 그 모든 것을 품고 흐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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