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무엇일까.
오랫동안 그 질문을 곱씹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말할 때, 나는 과연 무엇을 의미하고 있었을까.
"사랑해"라는 말은 얼마나 많은 뜻을 감추고 있었던가.
따뜻한 말, 안아주는 손길, 눈빛의 교감—이 모든 것이 사랑의 표현이라 믿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나는 그 모든 감정보다 더 깊고 조용한 어떤 마음에 주목하게 되었다.
사랑이란, 말보다 신뢰다.
그 사람이 옳다고 믿는 길이라면 함께 가겠다는 마음, 그가 걸어가려는 방향을 나도 함께 바라보겠다는 그 조용한 결의.
"당신이 옳다고 믿는다면, 나도 그것이 옳다고 믿어요."
그 말은 사랑의 진심이 가장 단단하게 깃든 문장이었다.
그 문장은 장미꽃 같은 사랑의 말이 아니다.
불꽃처럼 타오르는 고백도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나무 뿌리처럼, 땅 속 깊이 단단히 내려앉은 마음이다.
흔들리더라도 쉽게 뽑히지 않고, 말없이 그 자리를 지키는 신뢰. 나는 그런 사랑이 진짜 사랑이라는 것을, 나를 돌아보며 깨닫고 있다.
진정한 사랑은 위기 속에서 드러난다.
햇살 아래선 누구나 따뜻하다. 웃을 수 있고, 약속할 수 있다.
그러나 진짜 사랑은 그늘이 드리운 자리에 서 있을 때 드러난다.
바람이 차고, 모두가 떠나는 그 순간, 조용히 곁에 남아주는 사람. 그런 사람은 머리로 계산하지 않는다.
그 선택은 언제나 본능처럼, 마음의 가장 깊은 곳에서 솟아오른다.
나도 묻는다. 나는 그런 사람이었을까.
누군가가 흔들릴 때, 그의 손을 끝까지 잡아줄 준비가 되어 있었을까.
그 사람이 믿는 것을 나도 믿어줄 수 있었을까.
세상이 등을 돌려도 "괜찮아, 함께라면 어떤 길도 갈 수 있어"라고 말해줄 수 있었을까.
그런 사랑은 조건을 세우지 않는다.
얼마나 잘해주었는지, 내가 더 참았는지, 누가 먼저였는지를 따지지 않는다.
계산이 섞이는 순간 사랑은 계약이 되고, 그 안에서 신뢰는 점점 마모되어 간다.
진짜 사랑은 셈을 모른다. 그저 마음이 가는 쪽으로 조용히 발을 디딜 뿐이다.
어쩌면 진심이란 말보다 더 조용한 마음인지도 모른다.
빛나는 언어 대신, 한 사람의 등을 조용히 비추는 마음.
단단한 결심 없이도 자연스럽게 믿게 되는 태도.
그 믿음 하나로 누군가를 지탱해줄 수 있다면,
그건 어쩌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깊은 사랑일지도 모른다.
나는 오늘, 또다시 나에게 묻는다.
나는 그런 사랑을 할 수 있는 사람인가.
누군가를 믿고, 함께 걸으며, 조건 없이 그의 편이 되어줄 수 있는가.
아니, 나는 그런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인가.
말이 아닌 태도로,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사랑을 할 수 있을까.
사랑은 거창하지 않다.
사랑은 하루 한 끼의 밥을 나누는 일이고,
굶어야 할 때엔 그 곁을 조용히 지키며,
배고픔 속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고 함께 굶을 수 있는 일이다.
그 미소는 억지로 짓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곁에 있으니 괜찮다”는 마음이 얼굴에 머무는 방식이다.
상대의 목소리에서 미묘한 떨림을 느끼고 조용히 곁에 앉는 일,
다정함이 필요한 날보다, 다정함이 사라진 날 더 곁에 있어주는 일이다.
그리고 어느 날 문득, 그 사람의 길이 멀고 험해 보일 때,
"당신이 믿는다면, 나도 믿어요."
그렇게 말할 수 있다면, 그 사랑은 어떤 말보다 깊고 단단할 것이다.
사랑은 결국, 그런 사람으로 살아가려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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