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습관처럼 거울 앞에 섰다. 창을 타고 들어온 빛이 사선으로 얼굴에 닿는 순간, 이상하리만큼 낯선 기분이 들었다. 분명 익숙한 내 모습인데도 어딘가 모르게 어색했다. 웃고 있는 듯했지만, 정말 웃고 있는 건지 확신할 수 없었다. ‘괜찮다’고 말하고 있지만, 그 표정은 왠지 ‘정말 괜찮은 걸까?’ 하고 되묻는 것 같았다.
그때 문득 깨달았다. 얼굴은 단순한 외모가 아니라는 것을. 그것은 마음의 자국이며, 세월을 건너온 감정의 흔적이다.
나는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표정을 짓는다. 누군가를 대할 때, 혼잣말을 할 때, 또는 아무 말 없이 거울 속 자신을 바라볼 때. 말 한마디에 미묘하게 바뀌는 눈빛, 입꼬리의 각도, 미간의 긴장감. 그렇게 하루하루 쌓여가는 작은 움직임들이 결국 나의 얼굴을 만든다.
얼굴은 마치 시간의 화폭 같다. 내가 어떤 생각을 품고 살아왔는지, 어떤 말투와 태도로 사람을 대하고, 스스로를 다뤘는지를 고스란히 담아낸다. 그 어떤 장식보다도 정직하게, 숨김없이.
나는 한때 얼굴을 ‘꾸미는 것’이라 생각했다. 메이크업과 헤어스타일, 옷차림으로 ‘오늘의 나’를 준비하는 데 익숙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얼굴은 꾸미는 것이 아니라 드러나는 것이라는 사실을. 그것은 감춰지지 않는 내면의 반영이며, 말보다 더 진실한 마음의 표면이다.
요즘의 나는, 거울 앞에서 겉모습보다 표정을 먼저 본다. 눈빛이 흔들리진 않는지, 미소에 진심이 담겨 있는지, 침묵 속의 기류가 어떤지를 살핀다. 그러다 보면 어제의 감정들이 떠오른다. 조급함, 비교, 이유 없는 불안, 마음속에 삼킨 말들. 그런 감정들이 고스란히 얼굴 위에 내려앉아 있었던 것이다.
생각해보면, 얼굴은 삶의 인상화다. 붓질 하나하나에 감정이 스며들듯, 얼굴에도 마음의 습관이 덧입혀진다. 사람마다 각기 다른 얼굴빛은 단순히 피부의 문제가 아니라, 그 사람이 살아낸 방식의 차이일지도 모른다. 어떤 얼굴은 고요한 빛을 띠고, 어떤 얼굴은 늘 어딘가 아파 보인다. 젊을 때는 장식으로 흐려질 수 있었던 것들이, 나이가 들수록 마음의 형태로 뚜렷이 새겨진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 어떤 얼굴을 그리고 있는가. 화가 묻어 있는 얼굴인가, 아니면 다정함이 깃든 얼굴인가. 하루하루의 감정과 말투, 생각의 무게가 얼굴의 결을 만들어간다면, 나는 어떤 표정을 살아내고 있는 걸까. 이 물음은 요즘의 나에게 하나의 의식처럼 반복된다.
한 가지는 분명해졌다. 좋은 얼굴이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매일 만들어가는 것이다. 말투에 스민 배려, 눈빛에 깃든 정직함, 침묵 속의 따뜻함. 그것들이 흐르고 흘러, 결국 하나의 분위기로, 하나의 얼굴로 응고된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다시 묻는다. 나는 어떤 얼굴로 나이 들어가고 있는가.
https://medium.com/@irenekim1b/what-kind-of-face-am-i-growing-into-1cea624686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