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표지는 첫인상이다. 제목, 부제, 레이아웃 등을 통해 빠르게 책의 요지를 파악할 수 있다. 이 책의 표지에서 눈에 띈 단어는 '실전'이라는 단어였다. 책날개를 통해 작가의 키워드를 파악할 수 있었는데, 교육심리학 전공, 심리상담사, 소통 전문가, 글쓰기 치료, 마인드 컨트롤, 인력 자원 업무 담당 등의 단어가 눈에 띄었다.
<호감 가는 말투에는 비밀이 있다>는 요약하자면, '대화의 실용서'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수학 공식도 아니고, 살면서 마주 할법한 모든 상황을 책에 담을 수는 없다. 하지만 충분히 가족, 친구, 연인, 지인, 업무 관계자, 심지어 본인까지도 소통을 시도해볼 수 있을법한 예시들이 언급되어 있다. 특히, Part1의 '나를 알고 적을 알라'는 대단원의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지피지기백전백승(知彼知己百戰百勝)'은 내가 좋아하는 삶의 태도다. 당연히 대화도 빼놓을 수 없다. 이 단원에서는 경청과 질문하기, 맥락 파악뿐 아니라 원칙주의자/고집불통/냉혈한/아첨꾼/남자/여자/부모/자녀 등 사람의 유형을 구분해서 대화를 해야 할지 힌트를 담아놨다. Part2의 '갈등을 해소하라'는 대화의 기술과 감정 관리법 등을 담았다. 이 책은 회사 서랍에 두려고 하는데, 다양한 사례들이 제시되어 있는 1장보다 2장을 더 들여다보게 되지 않을까 싶다. 갈등 상황에 많이 노출되는 환경이기 때문에 이 책에서 제시하는 다양한 기법들을 시도해볼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사적인 상황에서 나는 대화가 그리 어렵지 않다. 대화가 통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나의 영역의 일부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가피한 상황은 발생한다. 하지만 이러한 경우에도 절연을 각오한 것이 아니기에 쌍방이 마음을 열고 소통하므로, 결국 언쟁은 종결이 된다. 훈수나 조언, 혹은 설득과 타협의 과정이 수반되는 것이 피곤할 뿐이지 결국 각자의 인생에 책임을 지는 것은 본인임을 알고 있기 때문에, 갈등 상황이 빚어져도 서로의 '선'을 인지하고 이해와 존중으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공적인 상황에서의 대화는 다르다. 저연차일 때는 더욱 불편하고 어려웠다. 고연차가 된 지금, 후배들에게는 논리적으로 할 말 다 하고 원하는 결론을 쟁취하는 업무 대화에 능숙한 선배로 보일 수 있겠지만, 다년간의 내적 갈등을 겪고 실전을 통해 쌓아 온 내공을 그럴듯하게 포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유는 내가 가식과 군더더기를 싫어하고 진실되며 옳은 말만 하고 싶기 때문이다.
회사에는 이해관계로 얽힌 다른 부서와 대립 구도를 형성하고, 여지가 없는 상태로 닫힌 입장을 구슬려 업무를 진행하게끔 만드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따라서 진실이 담긴 순수한 언어로 솔직하게 구사하는 것이 가치 있기는 드물다. 내가 가진 정보를 선택적으로 꺼내거나 숨기고, 탐색과 유도를 통해 얻어낸 정보를 활용하여 타협과 조율을 거쳐 일정 수준의 합의점에 도달하게끔 만드는 화술이 필요하다. 협업은 무슨, 매시 매분이 작은 전쟁이다. 필연적으로 서로가 대립하는 상황에서 완곡한 어법으로 설득을 통해 가시적인 결과를 도출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내가 좋아하는 직설적인 화법은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꼴이 된다.
10년, 20년 선배인 분들을 보면 빙빙 돌려 말하기의 대가이다. 정말 창의적이라서 가끔씩은 듣고 있노라면 한 문장으로 축약 가능한 말을 어쩜 이렇게 시간을 공들여 우회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지 감탄스럽다. 가성비와 효율성에 집착하는 나는 탐탁지 않다. 틀린 말을 틀렸다 하지 못하고, 비논리적인 말로 억지 부리고 떼쓰지 말라고 일침을 날리지 못하는 현실이 답답하다. 저연차였을 때는 '불가'라는 단어를 메일에 썼다가 '어렵다'로 고치라는 지적도 몇 번 받았었다. 지금은 조금 다르다. '애도 아니고, 감정도 달래줘야 해? 알만한 사람끼리 일하는 건데.'라고 투덜거렸던 나는, 한 문장을 직구로 날리고 며칠을 고생하느니, 안 맞는 옷을 입고 한 문장을 10분에 걸쳐 어르고 달래며 설득하더라도 하루에 마무리하는 방법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는 계산도 할 수 있게 되었다. 결국 인간은 이성과 감성의 복합체이기 때문에, 맞는 말을 해도 감정적인 반발심으로 쉽게 넘어가지 않는 경우를 몸소 경험해보았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얻은 소통 스킬을 요긴하게 일상에서 잘 써먹었다고 생각한 것은 길남이가 아플 때, 동물병원에서였다. 개인적인 경험상 인의(人醫)보다 수의(獸醫) 계통 의사들이 더 불통이다. 아픈 주체가 사람이 아니고 동물이기 때문일까, 인의에서는 환자를 다루는 소통 스킬도 배우기 때문일까. 다행히도 나는 수의사 선생님과 '협업'을 통해 길남이를 잘 케어할 수 있었다. 그런 관계가 된 것은 선생님을 잘 만난 운도 있었지만, 단언컨대 길남이를 위해서 온갖 소통 스킬로 선생님을 구슬리고자 한 노력도 컸다고 생각한다.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고, 공감하고, 배려해서 발언하는 '대화'는 누구나 자연스럽게 접하는 일상의 일부이다. 하지만 '소통'이 되는 말하기는 쉽지 않다. 더욱이, 그것이 상대방이 닫힌 마음을 가진 상태에서 진행되는 것이라면. 진심이 아닌 상황에서 불편하지만 해야 하는 좋은 대화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과연 할 수 있는 것일까? 이 책을 통해 조금의 치트키를 얻은 것 같아 든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