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니어의 서평] <세상을 바꾼 엉뚱한 세금 이야기>

오무라 오지로 지음, 리드리드출판 출판 / 김지혜 옮김

by 채유

유튜브 알고리즘을 통해 최근 건강보험료 인상 문제로 직장인들의 반발과 걱정을 담은 소식을 흘긋 접한 기억이 있다. 엄밀히 따지면 건보료는 세금이 아니지만, 월급명세서에서 매달 다른 세금들과 함께 '퍼가요~♥'를 시전하고 있으므로 세금의 사촌 격으로 느껴진다. 평소에는 세금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 않다가, 문득 익숙하게 받아 든 영수증의 상품 금액 합계에 적힌 부가세를 보며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한 번 두드려보고, 월급명세서의 공제 항목을 보며 흐린 눈을 하고, 연말정산의 꽃(?) 근로소득 원천징수 영수증을 보면서 이마를 탁 치게 되게 된다. 대한민국의 평범한 월급쟁이 중에 하나로서 혜택 없이 추징만 당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세금은 불청객이다. 투명하고 공정하게 활용된다면 더 낼 의향도 있지만, 어디 현실이 그렇게 돌아가던가.


책 <세상을 바꾼 엉뚱한 세금 이야기>는 세계사를 '세금'의 시선으로 엮은 책이다. 세금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만큼, 관점을 전환해보니 또 흥미롭기 그지없다. 다만, 총 238쪽 중 프롤로그/목차/에필로그 등을 제외하고 실제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페이지는 205쪽이다. 그동안 유럽/미국/중국/일본의 역사에 연계한 58개의 주제를 다루므로, 어느 정도 세계사 흐름이나 굵직한 에피소드에 대해 알고 있어야 책을 더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각 주제는 2~5쪽으로 짧게 구성되어 있다. 러시아의 '수염세'처럼 2쪽 정도로 짧게 언급되는 에피소드도 많은데, 대충 러시아 제국을 세운 표트르 대제가 국가 번영을 위해 다양한 세금 제도를 시행했고, 그중에 하나가 수염세이다, 어떤 사람들에게 얼마만큼 부과했으며 나중에는 폐지됐다 정도로만 서술이 된다. 대부분의 경우 3~4쪽이며, 긴 것은 5쪽이었는데 청일전쟁 당시에 부과한 '주세'가 그중 하나이다. 역사적 배경과 세금의 필요성, 세수나 세율이 좀 더 상세하게 기술되고 세금을 납부하는 사람들의 인식이나 태도, 세금의 변화 등에 대해 내용이 더 길어지는 정도이다. 세금 혹은 관련 용어에 대해서 잘 모른다고 피해 가지 않아도 된다. 애초에 우리나라의 세금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역사에 등장했던 각종 세금에 얽힌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으므로, 소금세/월병세/토끼세/감자칩세 같이 가볍게 읽고 넘어갈만한 내용이다. 물론 우리에게 익숙한 상속세/간접세/조세/재산세 등도 나온다.


사실, 이 책에는 불편한 점이 두 가지 있다. 두 이유 모두 작가가 일본인이기 때문인데, 책에 나오는 일본 역사와 관련된 이야기 중 반 정도는 19~20세기 일본과 관련이 있다. 즉슨, 제국주의와 패권주의라는 야욕과 전쟁 자금 마련 목적의 다양한 증세 시도를 읽으면서 마음이 불편했다. 두 번째로, 일본인 이름이 익숙하지 않아서이다. 일본의 시대상은 ㅇㅇ시대/막부/가문 등으로 서술되는데, 이 ㅇㅇ가 등장하는 인물 이름과 혼재되기도 하고, 역학관계가 감이 잡히지 않아 혼란스럽기도 했다. 결국 조금 읽다가 이해가 어렵다 싶으면 건너뛰었다. '오닌의 난'이나 '양서세'를 몰라도 살면서 지장도 없고, 책의 문맥에도 영향 가지 않으니까.


마지막 에필로그에서 저출산 고령화와 출생률을 언급하며 세금 정책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책을 썼다는 저자의 일침은 우리나라의 현실을 빗대도 틀리지 않다.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가 직면한 것은 대한민국 총인구 감소의 단순한 수치적 문제가 아니라 경제 활동 가능 인구 축소, 성장 둔화, 세수 감소, 국가 부채 증가 등이다. 기대수명이 늘어난 지금 국민연금 고갈, 노년부양비 증가, 노인 빈곤은 현재의 청장년층뿐만 아니라, 심지어 중년층조차도 부담해야 하는 미래다. 가볍게 읽기 시작했지만 생각이 많아지는 마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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