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센티 더 가까워지는 선물보다 좋은 말을 읽고

[엔지니어의 서평] 노구치 사토시 지음, 밀리언서재 출판 / 최화연 옮김

by 채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 이미 알던 사람과의 만남을 선호하는 요즘, 나의 인간관계에 대해 재고해보는 시기가 도래했다. 개중 가장 미묘함을 느끼는 부분은 바로 '대화'. 결국 말이든 글이든 표현하지 않으면 서로가 원하는 것, 바라는 것에 대해 와닿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인간관계의 유지에는 좋은 대화가 오갈 수 있어야 유의미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좋은 대화를 위해서는 열린 마음으로, 청자/화자의 역할을 서로 간에 성실히 임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책 <50센티 더 가까워지는 선물보다 좋은 말> 만나게 된 계기는, 나는 '좋은 대화를 하고 있는 것이 맞을까?' 하는 의구심이었다. 대화의 대상이 공적인/사적인 관계로서 구분이 뚜렷할 경우에는 별 신경이 쓰이지 않는데, 이 구분이 모호할 경우에는 이 대화가 상호 간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시간 낭비는 아닌지 아리송했기 때문이다. 가령, 어떠한 인물이 '회사'라는 공적인 범주를 계기로 연이 닿았으나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 더 많은 대화를 하게 될 경우… 공과 사의 어느 위치에서 얼마만큼 나를 꺼내야 할지 모르겠는 기분이 들곤 했다. 실컷 심력을 소모하며 대화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공허한 느낌만 남는 대화가 근래에 잦았다는 생각도 했다.


이 책은 대화술에 있어 10가지 노하우를 담았기에 나에게 스킬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대화의 주도, 매끄럽게 대화를 시작하기, 침묵 없는 대화 만들기 등 표지에는 여러 포인트가 나열되어 있었는데, 그중 '두 번째 만남이 더 기다려지는 사람'이라는 단어가 특히 이 책을 끌리게 했다. 결과적으로, 이 책을 통해 내가 느낀 대화의 공허함이 어디에서 기인했는지 힌트를 찾을 수 있었다. 책 전체를 관통하는 키워드, '상대 중심 대화법'이 바로 그것이다.


조금 더 풀어서 쓰자면 '상대를 주인공으로 만드는 대화'인데, 사실 처음에는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이 잘 와닿지 않았다. 10개의 파트가 서로 다른 포인트를 짚어주는 것이 아니라, 엇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책의 반을 읽고 나서도 '어, 이거 계속 반복되는 내용이네.'하고 개선 전/후 비교 시 무언가 공통된 맥락이 있긴 한 것 같은데, 앞 장에서 이미 서술한 내용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파악하기 힘들었다. 결국 후반부에 다다라서야 감을 잡을 수 있었다.


요약하자면, 상대를 주인공으로 만드는 대화는 정성이 필요하다. <상대의 작은 행동에도 관심 기울이기/상대에게 이야기의 주도권 넘기기/상대가 기다리던 질문 던지기/상대의 자부심 인정해 주기> 등의 상대에 대한 관찰과 관심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기억과 표현도 수반되어야 한다. 새삼 평이한 일상 중 하나인 대화가 퍽 낯설고 어렵게 다가왔다. 하지만 책에 나온 사례를 곱씹어 보며, 나의 대화에서 모자랐던 부분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나는 대화에서 상대가 아닌 '나 자신'에 더 집중하고 있었다. 섬세한 관심에 기반하여 상대방을 파악하고, 눈치껏 대화의 주도권을 넘길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게 잘 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면서 나를 자꾸 꺼내야 한다고 생각하며 대화에 임하다 보니, 특히 공/사 구분이 어려운 관계에서 나의 마음/생각/경험 등을 얼마나 털어놓는 것이 적절한지 고민이 생겨버린 것 같았다.


책에서 다양한 사례를 통해 <인사 잘하기/이름 부르기/대화에 집중하기/상대의 말을 인용하기/상대의 정보를 기억했다가 나중에 다시 꺼내기> 등의 기본적인 스킬의 위력을 다시금 깨우친 것은 물론이었다. 그리고 전혀 염두하지 않았던 스킬도 배울 수 있었다. 그중 '물건 이야기가 아닌 사람 이야기' 소주제가 한 번에 와닿았다. '차'보다 '차를 타는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례가 나왔는데, 새 차를 산 사람한테 '차'에 대한 정보를 묻는 것이 아닌, 새 차를 산 기분/새 차를 타고 앞으로 어떤 경험을 할 것인지 등 '사람'에 대한 질문을 던지라는 내용이었다. '상대방을 주인공으로 만든다'의 핵심을 엿본 기분이 들었다. 비슷한 맥락으로 '좋은 레스토랑을 알고 계시네요'와 'ㅇㅇ씨가 다니는 레스토랑은 역시 다릅니다'의 예시도 있었다. 칭찬의 주체가 사람이 되게 함으로써 호감을 얻을 수 있구나, 두 문장을 비교하며 감탄이 들었다.


아직도 나는 문득, 본론만 전달해도 일과가 바쁜 엔지니어에게 무슨 안부 인사와 쿠션어가 필요한지 싶다. 하지만 엔지니어도 결국 사람인지라, 상대방은 입장이 다른 듯 하다. 거의 어르고, 달래고, 칭찬하고, 나무라는 수준으로 채찍과 당근을 병행하고 밀당하며 일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익숙해진 요즘이다. 사실을 어떻게 포장하고 가공해서 전달하는지가 무엇이 중한가 싶지만, 이에 따라 협조적인 태도를 넘어 적극적인 태도를 이끌어내는 경험을 하고 나니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속담이 만고불변의 진리임을 실감한다. 이 책에서 얻은 요령이 앞으로의 대화에서 가치를 빛낼 수 있게 조금 더 노력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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