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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영 변호사 Feb 23. 2023

무죄가 선고되는 이유는?

욕망, 감정, 불완전성


최근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일타스캔들’이라는 드라마에서 대형로펌 변호사로 등장하는 장서진 변호사(장영남 분)가 ”우리나라 형사사건 중에 무죄율이 1%도 되지 않는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형사법정에서 피고인들을 변론하는 일이 직업인 필자는 위 장면에서 고개가 끄덕여졌다.


왜 형사사건에서 무죄율이 1%도 되지 않는 것일까?


피고인이 형사재판을 받는 이유는 검사가 기소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검사는 무조건 기소를 하는 것이 아니다.


수사를 한 결과

혐의가 없다고 판단하면 불기소 처분을 하고,

혐의가 있더라도 정상 참작사유가 있다고 판단하면 기소를 유예하는 처분도 할 수 있다.


불기소처분,

기소유예 처분도 할 수 있는데

검사가 기소를 했다는 것은,

수사기관이 수사를 한 결과, 증거에 비추어 피의자가 범죄를 저질렀고 처벌을 받아야 할 사건이라고 판단했음을 의미할 것이다.


(만약 무죄가 선고될 사건이었다면, 처음부터 기소하지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기소된 경우에는

이미 ‘피고인에게 범죄혐의가 있다’는 검사의 주장에 어느 정도 무게가 실리는 것이다.


또한,

피고인이 죄를 범한 것이 사실이고

수사기관이 공소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증거능력 있는 증거를 제출했다면

무죄가 선고될 이유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검사가 증거에 비추어 피의자가 범죄를 저질렀다고 판단하여 기소를 했는데도 무죄가 선고되는 경우는 어떤 경우일까?


필자가 경험한 무죄가 선고되는 경우는,

1) 피고인이 죄를 범하지 않았음에도

i) 피해자나 참고인 등의 거짓말을 진실로 믿고 수사를 진행했거나

ii) 초동수사의 부실이나 잘못된 방향의 수사를 진행한 경우


2) 수사기관이 법원에 제출한 증거가 위법수집증거인 경우


3) 피고인의 행위가 사실이라도 법리적으로 죄가 되지 않는 경우였다.


결국

무죄가 선고되었다는 의미는

바꿔 말하면,

수사기관의 수사에 빈틈이 있었다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수사도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빈틈이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수천 건의 형사사건을 변론하면서 계속적으로 마주하게 되었던 사실은

'인간의 욕망과 감정, 그리고 불완전성‘이었던 것 같다.


피고인도 불완전한 존재이기에 죄를 범했겠지만,

피고인을 수사하고 기소한 수사기관도,

피고인을 변론하는 변호인도,

피고인을 판단하는 재판부도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모두 불완전한 존재였다.


역사를 통해 인간의 불완전성을 경험해 온 인류는

인간의 불완전성을 제도로 보완해 왔다.

(인류는 감정과 욕망의 동물인 불완전한 ‘인간’이 아닌,

힘의 견제와 균형을 이루게 하는 ‘제도’를 믿지 않았을까?)


불완전한 존재인 인간이 하는 일이기에


수사기관이 수사한 결과, 증거에 비추어 범죄혐의가 있다고 인정해서 기소한 사건도,

극히 드물지만 무죄가 선고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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