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을 끈에 묶고 걷던 아버지

by 김혜영 변호사


지금도 가끔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수원에서 국선전담변호사로 근무하던 시절인 2010~2016년,
아들을 끈에 묶고 걸어가던 한 아버지의 모습이다.


출근길에 차를 타고 가다 보면 가끔 같은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키 크고 마른 아버지가 십 대 아들의 몸에 끈을 묶고 월드컵경기장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처음 그 모습을 보았을 때 나는,


왜 아들을 끈에 묶고 걷게 할까., 저렇게 해도 되는 걸까., 경찰에 신고해야 하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국선전담변호사로 근무하며 몇 년의 시간이 지나면서
그 장면을 보는 내 시각도 조금씩 달라졌다.


다시 보니 그 아들은 한눈에도 평범한 상태는 아니었다.
몹시 말라 있었고, 걷는 모습도 안정적이지 않았다.
신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어딘가 많이 아픈 상태처럼 보였다.


아버지가 아들을 묶어두지 않으면 아이는 혼자 차도로 걸어 들어갈 수도 있고, 길을 잃어버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처음에는 아버지가 아들을 끈으로 묶은 행동이 문제처럼 보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오히려 그 끈이 아들을 보호하기 위한 방식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더 안전한 방법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아버지가 처한 조건 속에서는 그것이 그 나름의 최선이었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몇 년이 지나자 아들은 처음 보았을 때보다 훨씬 더 안정적으로 걷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아버지가 매일 아침 아들을 데리고 걷는 이유가 어쩌면 치료를 위한 운동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물론 나는 그 아버지에게 직접 물어본 적이 없다. 그래서 정확한 이유는 지금도 모른다.




그 아버지와 아들의 모습은 지금도 가끔 떠오른다.


어쩌면 사람의 삶에는 겉으로 보기엔 쉽게 이해되지 않지만,
그 안에서는 누군가를 지키기 위한 절박한 방법들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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