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소통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소통의 정도에 따라 이해가 되기도 하고, 오해가 생기기도 한다.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인종과 사람들이 처음에 어떻게 소통을 시작하며, 현재에 이르렀는지 궁금하고 신기하다. 요즘은 정확도가 높아진 어플 덕분에 여행에 대한 부담이 많이 줄어든 것 같다. 네비게이션이 안내하는 대로 낯선 길도 큰 무리 없이 찾아갈 수 있다. 그러나 한국어 표현이 다양해서 어플을 통한 복잡한 대화는 아직 한계가 있다.
우리는 세계가 하나로 이어지는 시대를 살고 있다. 국민 소득의 증가와 한류 열풍을 타고 한국도 점차 세계화의 물결 속으로 흘러들어 가고 있다. 덕분에 우리는 세계 공용어인 영어와 친숙해졌다. 교육 수준도 높아져서 어디를 가든 영어 한두 마디 정도는 소통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대부분의 사람들이 외국에서 제일 먼저 마주하는 어려움은 언어 장벽이다.
우리는 작은 친절이라도 베풀고자 길을 묻거나 매장에 오는 외국인과 소통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현지 외국인들은 상대방이 알아듣는지와는 관계없이 자신들의 언어로 말하며 반응을 기다린다.
그러면서 자신이 할 일을 다 했다는 듯한 그들의 행동은 정말 이상하고 이해하기 어렵다.
이탈리아에서는 배추를 '중국 양배추'라고 부른다. 그리고 파는 곳도 드물어 구입하기 어렵다. 김치를 담그기 위해 배추를 사러 시장에 갔다. 인도계 주인은 한국인이냐며 호의를 보이더니 “안녕하세요"라며 인사까지 한다. 주인이 호의를 보이던 순간 나도 좋은 인상을 가지며 무장해제 됐다. 그런데 계산을 하며 문제는 터졌다. 쇼핑백에 이미 절반이나 넣었는데 실제 금액보다 더 많은 금액을 요구했다. 손짓과 번역기를 사용해 계산이 틀렸다고 하자 상인은 “Can you speak English?”라고 물었다. 능숙하지 않은데 한다고 해야 할지 못한다고 해야 할지 잠시 망설였다. 그러는 사이 상인은 보란 듯이 영어도 현지어도 아닌 말로 떠들며 아무 문제없다는 듯 당당했다. 눈치로 알아들은 바로는 아들이 가격을 수정해야 했는데 미처 고치지 못했으니 문제가 없다는 것이었다. 남편은 배추를 구하기 어려우니 사자고 했지만, 호의를 보이는 척하면서 바가지를 씌우는 것 같아 불쾌해서 그냥 나왔다.
로마는 관광객이 현지인과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말 많은 것 같다. 관광지에서는 동양인이 종종 눈에 띄지만, 주택가에서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평소 지나치며 봐둔 음식점에서 파스타를 먹었다. 식사 중에 여주인은 어디에서 왔는지, 맛이 있는지 물었다. 사실 돈이 아깝다는 생각을 했지만 맛있다고 하니 흐뭇해했다. 문제는 계산할 때였다. 가격과 계산서가 달라서 계산기를 보여주며 계산이 틀렸다고 하자, 주인은 갑자기 호들갑스럽게 “Do you speak English?”라고 하더니 메모지와 볼펜을 가져와서 계산을 다시 했다. 계산기와 같은 숫자가 나오자 그제야 “I am sorry”라며 돈을 돌려주었다.
로마에 트라스테베레(Trastevere)라는 우리 홍대처럼 인기 있는 젊은이들의 거리가 있다. 중세 시대의 분위기를 간직한 골목길 사이사이에 카페와 레스토랑이 즐비하고, 라이브 음악을 즐기며 음식을 먹거나 맥주를 마실 수 있다. 어디서 왔냐고 묻는 주인에게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반갑게 맞아주었다. 종업원이 주문하지 않은 생수를 가져와 컵에 따라 주었다. 한국 사람들이 많이 오니까 호의로 서비스를 주는 줄 알았다. 혹시나 싶어 주문하지 않았다고 하자 의아한 듯 그냥 마시라고 했다. 재차 항의하자 “Can you speak English?"라고 되묻는다. 지금까지 이의를 제기한 한국인이 없어서 문제가 될 줄 몰랐다며 주인을 불러왔다. 주인은 정말 미안하다고 사과하며 생수는 서비스로 주겠다고 했다.
작은 돈이니 그냥 두자고 하다 보니, 후에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은 이들이 영어를 묻는 이유가 단지 소통을 위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동양인이 영어를 못하니까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이 생기면 이해나 변명을 하려는 듯 얼렁뚱땅 넘어가려고 영어 할 줄 아느냐고 묻는다는 것을 알았다.
몇 년 전만 해도 “KOREA”에서 왔다고 하면, 사람들은 남쪽인지 북쪽인지 묻곤 했다. 그리고 그중에는 아예 한국에 대해 전혀 모르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경제 성장과 K-팝, K-푸드, K-드라마가 전 세계를 휩쓸면서 한국을 좋아한다며 호감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국가의 위상이 높아진 만큼 세계와 소통하는 나라로 자리 잡도록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실속 없는 객기를 부리는 것이 아니라 품위있고 합리적인 태도로 존중받도록 개개인이 노력해야 할 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