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라는 음악에서 중요한 것들
쉼표에 대해 생각해본다.
나는 최근에 다니던 학교에서 전직을 하여 문화예술교육센터로 옮기게 되었다. 그러면서 갑자기 주어진 여유에 ‘일’을 생각하고 있는 나 자신을 들여다본다.
아들이 ‘엄마는 작년에 걸어다니는 학교였어.’ 라고 말한다. 16년밖에 살지 않는 사람한테도 그렇게 보이는구나...그러면서 정작 중요한 것은 쉼표라고 했다.(나는 가끔 아들과 하는 선문답에서 뜻밖의 깨달음을 얻기도 한다.)
아들의 그 말에 충격을 받고 쉼표를 뽑아 눈 앞에 걸어놓았다. 지금까지 학교일에 모든 신경이 연결되어있던 나는 말뚝이 풀려도 거기 헤어나오지 못하는 코끼리처럼 일의 언저리를 맴돌기만 한다. 일하지 않는 시간이 있어도 정작 영혼은 쉬지 않고 허깨비 같은 일에 매달려 있는 듯 하다.
갑자기 엄청난 일로부터 해방되어 나에게 주어진 시간, 그리고 나의 자유에 대해 생각한다. 원래부터 이럴 수도 있었던 거다. 나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고, 주변사람들을 더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여유가 있어야 마땅하다. 나에게 말이다. 그리고 이렇게 주어진 시간이 참으로 감사하다.
아침에 출근하며 갈 길을 재촉하는 직장인들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골목에서 물건을 파는 사람들과 길가에 앉아 햇볕을 쬐고 있는 노인들을 살펴본다. 가게에서 파는 물건들과 간판의 이름을 보기 위해 기웃거린다. 저마다의 사연을 간직한 채 주어진 삶을 신성하게 살아가고 있는 존재들.
노영심의 글을 아침 책으로 꺼내들었다. 따뜻하면서도 살짝 슬픈 구석이 있는 것 같은 그녀의 비밀이 궁금했다.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일찌감치 경제적 기반을 마련해놓고 살롱에 초대 받고, 초대하는 주인으로 살아가는 그녀의 삶을 닮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면서 ‘이주원의 뮤즈살롱’ 가게를 연다면 수신과 발신이 제각각인 빨간 우체통 하나를 만들어야지...하고 생각한다. 그리고 눈 오는 삼청동 어느 거리를 걷다 그녀와 마주칠 생각에 마음이 들뜨기도 한다. 그리고 그녀처럼 자주 가는 까페 한 곳을 정해놓고 주인과 친해져서 나중에 유명인사가 되면 보답해야지...하는 상상을 해본다.
삶이라는 음악에서 중요한 것들
음표도 좋지만, 지금은 쉼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