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미와 챗GPT, 시련의 콜라보레이션_제2장
[제2장]
위로부터 오는 떨림은 날마다 커졌다. 그것은 단순한 진동이 아니었다. 엄청난 굉음과 함께 울리는 듯한 진동은 심박 수와 같이 쿵쾅거렸으며 내 안의 무언가가 그 떨림에 응답하고 있었다. 때로는 가슴 깊은 곳이 간질거렸고 등 뒤에서 작게 꿈틀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보지 못한 세계가 보이지 않는 이곳에서 존재만으로 나를 흔들거리고 있었다. 그래서 가끔 위쪽을 향해 몸을 틀곤 했다. 아주 잠깐 흙의 결이 달라질 때, 따뜻한 기운이 스며드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그 기운을 나는 ‘태양’이라 불렀다. 본 적은 없지만 지상을 향해 떠난 자들은 그것에 대해 말했다. 빛, 바람, 울음, 자유. 모든 말들은 태양이라는 단어 아래 수렴되었다.
“거긴 울 수 있어”
지하세계에서 울려 퍼진 소문의 파동은 내 안에 오래 머물렀다. 지상에 대한 이야기는 대부분 환상처럼 부풀려 있었다. 나무가 하늘을 찌르고 바람은 노래를 하고 생명은 빛 속에서 춤춘다고 했다. 그중 어느 것도 본 적 없지만 나는 그것들이 진실이길 바랐다. 매일 똑같은 지하의 삶에서 지상의 이야기는 우리들의 종교나 마찬가지였다. 빛이 없는 어두컴컴하고 축축하며 무거운 이 땅은 변화는 없었고 오직 기다림만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둠 속에서 낮고 굵은 숨소리가 들려왔다. 흙을 비집고 나온 것은 몸집이 비대한 두더지 쥐였다. 땅에 묻은 잿빛 털이 뭉쳐 있었고 앞니가 크고 누렇게 부패한 듯했다. 그는 내가 본 존재들 중 가장 불결했고 가장 말이 많았다.
“왜 멈춰 있지?”
그가 느릿하게 물었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나를 향해 기어 오더니, 마치 오래전부터 지켜봤다는 눈으로 말했다.
“네 몸 안에서 울음이 자라고 있단다.”
조심스레 그를 바라보았다. 지상에 대해 아주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마치 자기가 지상을 만든 자처럼 말하고 있었다.
“거기선 빛이 숨을 쉬어, 태양은 이 땅 전체를 안고 있고 바람은 속삭여. 넌 바람을 모르지? 바람은 모든 것을 감싸. 몸도, 울음도, 날개가 없던 애들도 거기선 날았어.”
나는 물었다.
“당신은 올라가 본 적이 있나요?”
그는 조금 웃었다. 입꼬리가 찢어진 듯 비틀렸다.
“그럼, 아주 오래전에 직접 올라가 봤어. 태양빛이 얼마나 눈부신지, 넌 상상도 못 해.”
“그런데 왜 내려왔죠?”
“내려온 것이 아니야. 돌아온 것이지. 거기선 내가 너무 앞서 있었어. 다들 나를 부러워했지. 울음도, 길도, 나 없이 시작되지 않았어.”
그는 마치 자신이 태양 아래서 왕이라도 되었던 양 떠들었다. 그의 말에는 질투와 허영이 범벅되어 있었지만 나는 그 안에 묘한 설득력을 느꼈다.
“위는 말이야, 오래 있을수록 나를 작게 만들어. 나 같은 건 너무 밝아서 오래 두질 않아. 그래서 난 여길 택했지. 이곳에서는 다른 이들을 올리는 자야.”
그의 말은 이상했고 거짓처럼 들렸지만, 그의 말에 끌리고 있었다.
“넌 지금 올라가야 해. 늦으면 허물이 너를 집어삼켜. 이봐, 내가 수많은 애들을 보냈잖아. 지금까지 돌아온 애는 없어. 그만큼 좋다는 뜻이 아니겠어?”
그 말은 섬뜩했다. 돌아오지 않았다는 말은 그들이 살아남았다는 뜻일까, 혹은 돌아올 수 없다는 뜻일까? 그는 말을 이었다.
“거기서 울면 모두가 널 듣는다. 이 지하에서는 아무도 널 몰라. 하지만 위에선 너는 곧 울음이 돼. 울음이 곧 너 자신이 되는 거야.”
그는 자신의 거친 몸을 떠는 듯 흔들며 허물 벗기를 망설이는 나를 내려다봤다.
“기다릴 필요 없어. 위는 널 기다리지 않아. 가장 부드러울 때 벗어야 해. 지금이 아니면 넌 끝이야.”
못생기고 고약하게 생긴 두더지쥐는 그렇게 유혹의 말을 하고 사라졌다. 그 속삭임은 흙 속에 오래 머물렀고 나는 그날 밤 꿈속에서도 그 말을 들었다. 그의 말이 진실인지 아닌지 나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내 안의 떨림은 여전했고 간지러움은 고통처럼 짙어졌다. 위를 향해 더 깊이 기울기 시작했다. 흙의 냄새가 달라졌고 땅의 밀도가 변하고 있었다. 어쩌면 정말 태양 가까이에 와 있는 것일지 몰랐다. 하지만 그럴수록 공포도 함께 밀려왔다. 만약 위가 거짓이라면, 만약 그곳이 울음이 아니라 침묵의 끝이라면. 그 불안은 두더지쥐의 말보다 더 크고 묵직했다. 지하에 있던 어떤 존재는 너무 서둘러 올라갔다가 실패했다. 그는 허물을 벗다가 굳어버렸고 몸의 절반은 땅속에 절반은 껍질 안에 남아있었다. 나는 그 앞에 오래 멈춰 서 있었다. 그 조용한 형체가 언젠가 나일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들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간질거렸다. 내 등 뒤 어딘가 날개 같은 울음이 자라나고 있기에, 기다렸다. 그 떨림이 나를 위로 밀어 올릴 때까지. 언젠가 정말 울 수 있는 그곳에 닿을 수 있을까? 하는 불안에 나는 상자 속에 갇혀있는 생쥐처럼 계속해서 같은 곳을 돌아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