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1

※ 매미와 챗GPT, 시련의 콜라보레이션_제1장

by 중성녀의 가난시대

[제1장]


나는 어두 컴컴한 땅속에서 눈을 떴다. 축축하고 눅눅한 지하에 뿌리를 깊숙하게 내린 나무의 뿌리를 따라 내려가고 내려가면 보이지 않는 세상이 존립했다. 말을 할 수 없는 침묵의 공동체, 우리는 단지 기어 다녔을 뿐인데 땅은 음습하고 무거운 한숨을 쉬었다. 흙은 늘 추근추근했고 몸은 차가운 진흙과 뒤엉켜 천천히 단단해졌다. 그 속에서 내 존재의 경계를 느끼며 천천히 안으로 파고들었다. 움직일 때마다 마디에서 마른 소리가 났고 그것은 생존의 신호 같았다. 그 소리는 다른 존재들의 움직임과 뒤섞여 이 땅속이 아직 살아있다는 증거가 되었다. 위쪽에서는 간헐적으로 들려오는 진동이 있었다. 어떤 날은 가까이 어떤 날은 멀리서 들렸다. 나는 그 진동을 ‘태양’이라 불렀다. 보지 못했지만 분명히 존재한다고 믿고 싶었다.


어느 날 내 옆에 있던 존재가 사라졌다. 내가 이곳에서 눈을 떴을 때 보다 더 많이 지하 속 세상에 상주했던 그였다. 자리에 남은 단단하고 빈 껍질을 손끝으로 만져보았다. 그것은 한 생의 흔적이었고 동시에 부재의 표식이었다. 그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죽음을 닮은 침묵, 혹은 다른 세계로 향한 입구, 나는 상상했다. 허물 속에 있던 생명은 어디로 갔을까. 왜 울지 않고 어떤 말도 남기지 않고 떠났을까.


그는 말이 많지 않았다. 가끔은 하루 종일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주 오래전, 그가 조용히 내 옆에 앉아 말하던 날이 있었다.


“이젠 땅도 나를 거부해.”

“왜?”

“너무나 오랜 시간을 땅속에 있었기 때문이야.”

“그럼, 여기서 더는 살 수 없어?”

“이젠 여기도, 나를 버리는 것 같아.”


그와 나눈 마지막 대화였다. 그날 이후, 그는 침묵했고 그리고 조용히 허물을 벗었다. 그러나 그의 울은 끝내 들리지 않았다.


누군가 나를 ‘매미’라고 불렀다. 나는 그 이름이 무엇을 뜻하는지 몰랐다. 하지만 그 단어가 내 안에서 자라는 느낌. 그것은 날개일까 울음일까. 그때부터 알 수 있었다. 이곳의 끝이 멀지 않았다는 것을. 하지만 끝은 언제나 두려움을 동반했다. 지상에 대한 막연한 동경, 그리고 그것을 덮는 깊은 공포가 있다는 것.


울지 못했다. 내 울음은 이 흙 속 어딘가에 묻혀 있는 듯했다. 그 울음은 나의 말이자 이 땅의 증명이 될 터. 하지만 지금은 오직 기다림뿐이었다. 나는 기다렸다. 언젠가 나도 허물을 벗고 위로 올라갈 수 있을 날을. 어떤 날엔 굳은 몸 하나를 밟았다. 움직이지 않는 형체였다. 껍질은 반쯤 벌어져 있었고 마디마디는 부서진 채 말라 붙어 있었다. 누군가의 탈피였지만 끝내 완성되지 못한 채 멈춰 있었다. 그는 위로 향했던 걸까 아니면 그저 도망치려 했던 걸까. 안에 남겨진 마지막 떨림을 상상했다. 몸을 꺾는 고통, 터지지 않는 껍질, 그리고 스스로를 꺼낼 수 없던 절망. 나도 그렇게 될까 무서웠다. 움직이지 않는 형체는 마치 내 미래의 그림자 같았다. 어떤 존재는 위로 향했고 어떤 존재는 탈피에 실패한 채 흙 속에 그대로 굳어버렸다. 탈피는 반드시 찾아오지만 모두에게 허락된 건 아니었다. 그날이 오면 나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날 수 있을까, 울고 싶었다. 그저 한 번이라도 내 안의 모든 침묵을 부숴버리고 답답함과 불안함을 저 밝은 태양이 비추는 세상에 울부짖고 싶다.


지상은 어떤 곳일까? 하지만 누군가는 그곳에 자유가 있다고 말했으며 누군가는 그것이 죽음을 의미한다고 했다. 어느 쪽이든 확인하고 싶었다. 지하의 하루는 지겹도록 똑같았다. 시간은 움직이지 않고 의문점만 늘어갔다. 하지만 몸은 달라졌다. 나도 모르게 내 몸은 위로 기울고 있었다. 손 끝에 닿는 흙의 질감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건조해졌고 더 단단해졌다. 그것은 새로운 공간으로 통하는 통로 같았다. 저 너머엔 내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빛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 빛을 상상하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다. 때로는 종종 멈춰 섰다. 이 길이 어디로 향한느지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안에서 자라는 간지러움 그것은 멈출 수 없었다. 내 등 뒤 어딘가에서 무언가 꿈틀거렸다. 허물 아래에서 자라는 또 다른 나. 나는 매일같이 그 간지러움을 느끼며 잠들었고 깨어났다.


그리고 어느 날, 그것이 울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울 수 없던 내가 드디어 울음을 준비하고 있었다. 몸에 달려있는 저것은 언젠가 세상을 향한 외침이 될 것이다.


나는 매미다. 아직 울지 못한 매미.

그러나 곧 반드시 울게 될 매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