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미와 챗GPT, 시련의 콜라보레이션 _제3장
[제3장]
「“눈 감고 숨죽여라, 땅이 널 품는다. 아직은 울지 말아라, 울음은 너를 아끼니. 등 뒤 어둠 속에서 작은 날개가 자라고 있단다. 기다려라, 그 떨림이 널 데려가리”」
“아가, 너도 언젠가 울 수 있을 거야.”
어머니가 남긴 마지막 노래이자 울림이었다. 기억하지 못하지만 나의 깊은 심연 속 어딘가 각인된 목소리였다. 그 말은 마치 오래된 꿈처럼 흐릿하게 반복되었다. 가끔 아주 먼 과거의 어둠 속에서 작고 조용한 울림을 느끼곤 했다. 그것은 말보다 느렸고 떨림보다 부드러웠다. 어쩌면 그것은 자장가였다. 소리는 없지만 진흙을 타고 전해지는 진동의 노래. 그 노래의 주인이 누구였는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나의 가장 어린 날, 가장 깊은 고요 속에서 그것이 분명 나를 지키고 있었다. 어머니라는 존재가 있었다면 아마 그 소리는 그녀였을 것이다. 그 자장가의 리듬은 혼란스러운 진동 속에서도 불안정한 흙의 흔들림 속에서도 등 뒤 어딘가에서 미세하게 울리고 있었다. 울음이란 어쩌면 그 기억을 다시 찾아가는 길인지도 모른다.
그날, 나는 드디어 움직였다. 두더지쥐의 말 때문이 아니었다. 누군가의 권유나 충동 때문도 아니었다. 내 안에서 자라난 간지러움, 그 간질거림이 통증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탈피’
그것은 아름다운 변화가 아니었다. 모든 것이 뜯기고 찢기고 밀려나고 드러나는 과정이었다. 내 피부는 마디마디에서 갈라졌고 살점이 그 틈에서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몰려왔다. 껍질이 아닌 나의 숨겨진 욕망이 벗겨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숨이 막혀왔다. 토사와 진흙, 그리고 오래 눌린 침묵들이 내 입과 눈 그리고 벌어진 등 뒤 틈으로 파고들었다. 깊이 삼켜지고 있었으며 바깥으로 나오려는 몸은 그 자체로 파열되었고 속에 있던 무언가는 나를 살갗째로 밀어내고 있었다. 나는 울고 싶었다. 그러나 울 수 없었다. 목구멍은 막혀 있었고 소리는 안에서만 떠돌았다. 몸이 찢기는 그 고통 속에서 나는 소리를 잃었다.
땅 위를 향해 기어올라갔다. 의지가 아닌 본능이었던 것 같다. 진흙 속에서 갓 빠져나온 몸은 불안전했고 한 걸음, 한 걸음이 눈앞이 흐려지는 싸움이었다. 돌멩이에 부딪힐 때마다 비명을 삼켜야 했고 뿌리 사이를 지나가며 몸의 생살이 긁히는 느낌에 숨이 턱턱 막혔다. 그러나 나는 위를 향해 나아갔다. 앞다리로 흙을 밀고 지면을 파고 나는 내 모든 무게를 앞으로 끌어당겼다. 어딘가에 희미한 기운이 느껴졌다. 더는 진흙 냄새가 아니었다. 바람 같기도 빛 같기도 한 어떤 것. 문득 흙의 결이 바뀌었다. 눈앞의 한 줄기 틈이 열렸고 나는 몸을 비틀고 온 힘을 다해 그 틈을 통과했다.
그리고 그 순간, 처음으로 지상을 마주했다. 세상은 상상보다 훨씬 시끄러웠다. 고요하고 찬란할 줄 알았던 지상은 각자의 생명들이 자신을 증명하듯 쉼 없이 울고 움직이는 소리로 가득했다. 바람은 나뭇잎을 쓸며 몸을 베듯 지나갔고 초록의 풀은 흔들릴 때마다 속삭이듯 울었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새의 날개 짓, 벌레들의 날카로운 진동, 그리고 이름 모를 생명들이 내는 분주한 울음소리가 끊임없이 나의 도파민을 자극했다. 빛은 따뜻하기보다 눈부시게 날카로웠다. 어둠에 길들여진 내 몸은 그 밝음에 할퀴는 듯 반응했고 눈꺼풀은 감아도 눈 속 흰색 잔상이 떠다녔다. 하늘은 너무 높고 너무 파랬다. 그 아래 펼쳐진 나무와 풀, 움직이는 모든 생명체들은 모두 나보다 거대하고 명확해 보였다. 그들 사이에서 투명하고 미약한 존재처럼 느껴졌다. 지상은 환상이 아니었다. 그곳은 살아있는 것들의 울음으로 가득한 세계였고 자신의 소리를 내지 못하는 존재는 곧 지워질 것 같은 위태로움이 있었다. 나는 그대로 엎드려 숨을 골랐다. 눈앞이 멀어지고 가슴은 빠르게 뛰었다. 내가 이곳에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과연 이 세계의 일부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초조함과 호기심은 새로운 땅을 밟는 목표이자 앞으로의 보이지 않는 미래였다.
어머니가 남긴 마지막 말이 떠올랐다.
‘언젠가 울 수 있을 거야. “
그 말은 아주 오래전부터 내 안에 머물러 있었다. 어둠 속에서도 흙의 깊은 숨결에서도 내가 스스로를 잃지 않도록 붙잡아 주던 단 하나의 소리였다. 그것은 위로였으며 내가 버틸 수 있었던 이유였다. 견딜 수 없을 때마다 내가 끝내 견디게 만든 기적 같은 문장이었다. 단 한 번도 그 목소리를 다시 듣지 못했지만 그 말은 내가 걷는 모든 순간마다 찢기고 밀려나는 고통 속에서도 끈처럼 내 몸에 감겨 있었다. 지금 나는 여기에 있다. 이 낯설고 잔인한 빛 아래에서 아직 울 수 없는 몸으로 겨우 숨을 쉬며 버틴다. 울 수 있다는 약속 그것 하나로 나는 흙을 뚫고 올라왔고 살갗이 찢기면서도 다시 나무를 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직 울지 못했다. 그 울음이 어떤 소리인지도 모르기에. 하지만 기다린다. 어머니가 믿었던 나를, 그 믿음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할 수 있는 날을. 언젠가 정말 울 수 있는 그 순간을 위해.
나는 이 고요하고 날 선 세상 한복판에서 숨을 참은 채, 저 높은 나무를 향해 올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