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미와 챗GPT, 시련의 콜라보레이션 _제4장
[제4장]
지상에 도달한 뒤 처음 맞은 이 세상은 내가 알던 어떤 감각과도 달랐다. 바람은 흙속에서 단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상쾌함과 간지러움으로 내 몸을 감싸고 풀잎 사이로 흐르며 날개 자리를 시원하게 해 주었다. 그것은 따뜻하기보다는 서늘했고 무겁기보다는 가벼웠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가슴이 확장되는 기분, 이 세상이 나를 품는다는 착각에 황홀해졌다. 그리고 태양. 나는 그것을 본 적 없지만 늘 누군가의 이야기로만 들었던 그 빛은 생각보다 훨씬 커다랗고 훨씬 눈부셨다. 모든 것을 드러내고 모든 생명을 빛 속으로 불러들이는 힘. 나는 빛을 바라보며 한동안 움직일 수 없었다. 지상에 도달했다는 사실보다 이 빛 아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나무는 단단했다. 뿌리보다 더 거칠었고 흙보다 더 매끄러웠다. 지상에 올라왔지만 여전히 바닥에 있었다. 진짜 위는 바로 태양과 가깝게 위치한 나무의 끝. 몸을 일으켜 껍질을 붙잡았다. 진짜 위는 바로 태양과 가깝게 위치한 나무의 끝. 몸을 일으켜 껍질을 붙잡았다. 손발은 떨렸고 바람이 지나갈 때마다 흔들리는 가지들이 내가 올라가기에 너무나 불안정해 보였다. 하지만 올라가야 했다. 위로 오르지 않으면 여전히 땅속에 있는 존재에 불과하니깐. 처음엔 너무 무거웠다. 몸은 젖어 있었고 기운은 달아나 있었으며 날개는 아직 접힌 채였다. 그래도 조금씩 기어올랐다. 나무껍질에는 삶의 흔적들이 붙어있었다. 굳어버린 허물들, 날지 못한 채 말라버린 생명들, 그들을 밟으며 나아갔다. 그 하나하나가 경고처럼 보였고 또한 언젠가 나도 그들 중 하나가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남겼다.
그러다 어떤 이를 만났다. 나무껍질 사이로 나온 얇은 가지 위에 느껴지는 인기척이었다. 처음엔 바람이라 생각했지만, 그것은 분명한 의도였다. 나를 향한 시선, 조용히 다가오는 발소리였기에. 그는 노린재였다. 몸집은 작았고 등껍질은 단단했으며 그를 건드리면 아주 고약한 쓰레기 냄새가 났다.
“이제 막 올라왔는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선 조심해야 해. 다들 울기 바빠서 누가 떨어지든지 아무도 신경 쓰지 않거든.”
경고처럼 들렸지만 어딘가 비웃는 기색도 섞여 있었다.
“울 수는 있나?”
원초적이고 본능적인 질문이었지만 매우 불쾌한 질문이었다. 하지만 나는 울 수 없는 존재, 그래서 대답할 수 없었다.
“처음엔 다들 그래, 울 생각만 하지. 어떻게 울어야 하는지 몰라."
그는 웃었다. 저 웃음은 비아냥이었다. 그러고는 천천히 날개를 펼치며 말했다.
“안 울면 그냥 사라져.”
그는 나보다 더 높게 위로 날아올랐다. 그러나 알 수 없었다. 노린재가 말한 울음은 누군가에게 닿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저 자신을 부각하기 위한 울음이라는 것을. 그의 울음은 매섭고 날카로웠다. 그러나 그 소리는 허공을 메우기 위한 듯 공허했고 누군가를 위한 다정함은 없었다. 잠시 멈춰 바라보았다. 나무의 높은 가지 위에 홀로 있었다. 어쩌면 그는 누구보다 먼저 올라왔을 것이며 그래서 더욱 오래 외로웠을 것이다. 외로움은 너무 오랜 시간 자신의 소리만 듣고 살아온 자의 흔적 같았다.
나는 다시 나무껍질을 붙잡았다. 그의 말은 사실이었다. 지상 위는 경쟁으로 가득했고 울음이 크고 선명한 자가 자리를 차지했다. 하지만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 내 울음은 아직 굳어있고 내 날개는 아직 젖어 있었으며 무엇보다 나는 아직 누구에게 울고 싶은지도 알지 못했다.
그래서 울 수 없었다.
그러나 울지 않고도 존재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나는 그것을 찾고 싶었다. 누군가의 울음에 묻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서 시작되어 다른 존재를 울게 할 수 있는 소리.
나무 위로, 더 높은 곳으로.
진짜 내 소리가 닿을 수 있는 곳이 있기를 바라며 나는 다시 기어 올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