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미와 챗GPT, 시련의 콜라보레이션 _제5장
[제5장]
하염없이 올라갔다. 올라가고 또 올라가다 보니 나무의 중간쯤에 도달했다. 그곳은 빛과 그림자가 교차하는 지점이었다. 흙의 냄새는 희미해지고 바람은 더 거칠고 빠르게 지나갔다. 그 순간 나는 들었다.
울음.
사방에서 울음이 터져 나왔다. 고막을 찢을 듯한 날카로운 소리, 가슴을 울리는 깊고 낮은 소리, 짧게 혹은 길게 끊기는 진동들. 매미들의 울음이었다. 나는 숨을 멈췄다. 이토록 많은 종류의 매미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지하 속 세상에서는 알지 못했다. 그들은 각각의 방식으로 울고 있었고 그 울음은 모두 다르게 들리면서도 서로의 울음을 덮고 있었다. 감탄했다. 울 수 있다는 것, 그 자체로 경이로웠다. 그들의 소리는 그 자체로 삶이자 자신의 존재를 외치는 방식이었다. 그들 사이로 울리는 나의 울음을 상상했다. 얼마나 작을까, 얼마나 다를까. 그러나 곧 나는 그 울부짖음의 끝을 보았다. 아주 가까운 가지 위에서 울고 있던 매미 한 마리가 갑작스럽게 날아든 새의 부리에 물려 찢겼다. 멈춘 울음과 동시에 그 자리에 남은 것은 찢어진 날개 몇 조각뿐이었다. 울음 뒤에는 죽음이 있었다. 울지 않으면 사라지고 울면 또 사라지는 세계. 그 사실에 몸을 떨었으며 무섭고 외로웠다. 그 뒤로 울음은 계속해서 들렸다. 다른 매미들, 더 큰 몸을 가진 종, 더 선명한 울음을 가진 개체들, 그들은 높은 가지에서 떨어지듯 울고 있었고 그 아래는 수많은 침묵의 존재들이 숨어있었다.
잠시 머물렀다. 조심스럽게 최대한 눈에 띄지 않도록. 그리고 상쾌한 바람에 몸을 말렸다. 그렇게 조용히 나뭇잎 아래 머물던 어느 순간. 등 뒤에서 다시금 간지러움이 일어났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한 간지러움이 아니었다. 몸속 깊은 곳에서부터 무언가 꿈틀거리며 표면으로 올라오고 있었고 그 길은 살갗을 밀고 지나가야만 했다. 서서히, 아주 천천히 피부가 벌어졌다. 처음엔 따끔한 열감이었다. 곧 그것은 찢어지는 통증으로 바뀌었다. 비명이 목울대까지 올라왔지만 나는 참았다. 투명한 액체가 끈적이며 그 안에서 무언가 젖은 막 같은 것이 밀려 나왔다.
날개였다.
아직 다 펴지지 않는 젖고 찌그러진 막. 그것이 살을 밀어내며 스스로의 자리를 확보해 갔다. 그 과정은 간지럽고도 아팠다. 가끔은 너무 아파서 숨이 막히고 가끔은 간질거림에 몸이 떨렸다. 태어남이 아니라 칼로 몸을 베는 듯한 통증. 나는 불안정한 어른 벌레가 되었다. 고통 속에서 나를 마주했고 고통 속에서 비로소 나라는 것을 처음으로 실감했다. 하지만 태양은 나를 버렸다. 나뭇잎 그늘 아래 조심스럽게 펼친 날개는 아주 작고 찢겨 있는 태초부터 잘못된 날개였다. 그것을 숨기려 해도 감출 수 없었다. 다른 매미들은 나를 보며 처음엔 호기심, 그다음엔 경멸이었다.
“쟤, 날지도 못하잖아.”
“몸에 흙이 아직도 묻어있어.”
“울지도 못하면서 왜 올라왔데?”
입을 다물고 고개를 숙였다. 부끄럽기도 한 나의 모습과 그들의 말이 날카로운 것에 베인 듯 상처가 파고들었다. 나보다 훨씬 넓은 날개를 가진 매미가 다가와 내 앞에 섰다. 무섭게 뜬 눈으로 나를 훑더니 말했다.
“여긴 울 수 있는 자들의 세상이야. 울 수 없다면 버려지는 거야.”
대답하지 못했다. 그들의 말은 사실이었고 등 뒤의 날개는 저들에게 대답할 수 없다는 사실이었기 때문에. 그날 이후 나무 위의 그림자 속에서 지냈다. 울음소리가 멀어질 때마다 잠시 나뭇잎 위에 올라가 하늘을 바라보았고 새가 울음을 삼키는 장면을 몇 번이나 더 목격했다. 지상은 찬란했지만, 그 안에는 모든 생명에게 공평한 자리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울 수 있다는 것이 권력이고 소리가 작다는 것은 곧 지워짐을 의미했다.
나는 한 번도 울지 못한 매미였다. 그리고 지금은 비정상적인 날개를 가진 매미.
소리도 날개도 없는 존재는 이곳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서러웠다. 환상을 가지고 올라온 이곳엔 결국은 죽음만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어머니가 그리웠다. 혼자 핍박과 외로움을 견디기엔 아직 여린 어른 벌레였기에.
'어둠 속에서 작은 날개가 자라고 있단다. 기다려라, 그 떨림이 널 데려가리니.'
이제는 허망한 약속처럼 느껴졌지만, 그 문장을 스스로 되뇌는 수밖에 없었다. 세상의 소리에 밀려난 매미.
나무 그늘 아래, 그들 울음의 틈에서 조용히 숨을 쉬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