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오랜만에 제자가 연구실을 찾아왔습니다. 실험실을 시작하던 초창기 멤버이자, 제가 교수 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던 시절 함께 고생했던 친구입니다.
그때의 저는 교수로서도, 어른으로서도 많이 서툴고 조급했던 시절이었습니다. 연구와 강의, 학생 지도까지 모든 게 낯설고 벅차 무언가에 늘 쫓기듯 살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 제자가 결혼 소식을 전하며 청첩장을 들고 온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 기쁘고도 묘한 설렘이 밀려왔습니다.
함께 찾아온 또 다른 제자도 있었습니다. 그 역시 실험실 초기 멤버였고, 늘 마음 한켠에 ‘좀 더 잘 챙겨주지 못했다’는 미안함이 남아 있던 학생이었습니다. 그런데 학위도 잘 마치고, 대기업에 안정적으로 취업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니 그 미안함의 무게가 조금은 가벼워지는 듯했습니다.
우리는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풋풋했던 연구실 시절, 밤늦게까지 함께 고민하던 프로젝트, 서로 부딪히고 배우며 자라던 시간들…
그 순간 저는 잊고 있던 감정과 열정을 다시 떠올렸습니다. 그리고 문득 생각했습니다. “나는 지금도, 그때만큼 진심으로 학생들과 마주하고 있는가?”
세월이 흐르며 저도 많이 변한듯합니다. 직함이 늘고, 경험이 쌓이면서 학생을 대하는 자세도 어느새 루틴해졌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학생들과의 관계는 조금씩 ‘업무’가 되었고, 지도는 점점 ‘관리’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습니다.
그날 제자들과의 대화는 제가 놓치고 있던 중요한 것들을 다시 돌아보게 만들었습니다.
나이와 성숙함은 비례하지 않습니다. 나이가 많다고 해서 저절로 깊어지는 것도 아니고, 시간이 지났다고 해서 스스로 완성되는 것도 아닙니다.
진짜 성숙함은 배움을 멈추지 않는 자세,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 사람을 대하는 태도의 깊이로 증명됩니다.
인생은 결국 얼마나 오래 살았느냐보다, 얼마나 깊이 살아왔느냐가 더 중요한 법이지요.
그래서 저는 오늘도 조금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성찰해야겠다 다짐합니다. 책을 읽고, 젊은 세대의 이야기를 들으며 시선을 넓히고, 실패 앞에서도 다시 질문을 던지며 고민합니다.
완벽해서 존경받는 사람이 아니라, 끊임없이 배우고자 하는 태도 때문에 신뢰받는 사람. 그런 어른이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가는 그 자체가 누군가에게는 살아 있는 멘토링이 되기를 바랍니다.
진짜 어른은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끊임없이 성장하는 사람입니다.
경험은 나를 단단하게 만들고, 배움은 나를 유연하게 만듭니다.
삶의 끝날까지 조금씩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애쓰는 것— 그것이 나이와 무관하게 품격 있는 어른이 되어가는 길이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