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아리와 어린 스님에 관한 시

by 교양있는 개구리

초등학교 저학년 언젠가의 기억이다. 선명하지 않지만 오래도록 남아있다. 나는 착한 학생이 아니었다. 수업이 귀에 안 들어올 때면 진도 뒤에 있는 작품을 뒤적이기 좋아했다. 이 시도 무료함을 달래려 책장을 넘기다 읽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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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을 이러하다.

깊은 산골 세속을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어린 스님이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주지스님은 길을 나서며 어린 스님에게 항아리를 뒤집어 놓으라 당부했다.

돌아와 보니 웬걸, 어린 스님이 항아리 위아래를 뒤집어 둔 것이 아니라

양말을 뒤집듯 낑낑거리며 항아리의 안과 밖을 뒤집어 놓고 있었다고 한다.

시는 어린 스님의 때 묻지 않은 마음을 곱씹는 주지스님의 혼잣말로 끝난다.


이십 년이 다 돼 가는 바란 기억 속, 오랜 시간 이 이야기가 내 마음에 자리 잡고 있다. 슬펐다. 언제 잃어버렸는지도 모르겠는, 순수성을 갈망하는 순수를 잃어버린 내 가슴을 깨달았을 때는 말이다.


시간이 더 흘러 어른이 된 나는 더욱 닳고, 낡은 마음으로 산다. 사실 세속의 사회인이 된 지금, 어린 스님의 마음 같은 건 안중에도 없이 사는 날이 더 많다. 그러다 문득, 희미한 추억이 찾아와 문을 두드릴 때면 뒤집히지 않는 항아리를 붙들게 된다.

항아리 가득 쌓인 먼지를 털고 깨끗하게 씻어보지만, 이미 굳어버린 항아리를 붙들고 엉엉 운다.


P.S. 아무리 찾아봐도 어떤 시였는지 나오지 않아요... 혹시 시의 제목을 아는 분이 계시면 댓글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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