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류의 사랑

초침이 멈추면 모든 게 멈추니까

by 교양있는 개구리

인간이란 원래 그렇게 진화했다.

게으르고 움직이기 싫어하고

자신의 피해는 남에게 전가하기 바쁘다

그게 자신의 에너지를 아낄 수 있는

생존에 합리적인 방법이니까


그러나 올해 초 나는 색다른 신인류를 알게 되었다


그 사람은 말했다.

초침처럼 살고 싶다고, 그렇게 살고 있다고

바쁘게 움직여 분침을 한 번,

더 더 바삐 움직여 시침을 움직이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시계를 본다.

가장 밑바닥에 위치한,

기다란 몸을 분주히 움직이는

초침을 들여다본다

부디 잠시 쉬어 가기를

잠시 모든 짐을 내려놓기를 바라보지만


손을 뻗어 멈출 수는 없는 일

초침을 멈추면 모든 게 멈추니까.

그는 그대로 나아가야 한다

그래서 다만 함께하기로 했다


올해 초 나는 신인류를 알게 되었다.

부지런히 묵묵히 모든 것을 떠안고 가는 사람,

그런 사람을 알게 되었다


나는 사업가를 좋아한다. 경제력 때문은 아니다.(물론 돈을 아주 좋아하긴 한다) 안정을 추구하는 사람보다 도전적인 사람이 좋다. 다른 사람들 눈에는 보이지 않는 빛나는 꿈을 가진 사람이 좋다. 모두가 안 된다고 해도 기어이 해내는 끈기와 인내심이 나는 너무 좋다. 무엇보다 나 하나도 건사하기 힘든 세상에 직원들과 그들의 가족까지 먹여 살려야 한다는 사명을 가진, 그런 책임감이 좋다.

알콩달콩 둘만의 세상에서 사랑을 속삭이는 것도 좋지만, 서로의 도반이 되어 역경을 함께 헤쳐나가는 것이 더 좋다. 왜인지,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겠다. 자극적인 것을 좋아하는 내 성향도 영향을 미친 것 같고, 겁 많은 내 성격을 보완해 줄 사람이 본능적으로 끌리기도 있다.


선택에는 책임이 따른다. 이런 남자에게 섬세함과 다정함을 함께 바랄 순 없다. 그와 함께 하는 퇴근 후 일상이나 여가도 사치이다. 하루에 두어 번 연락이 오면 그날은 운수가 좋은 날이다. 그럼에도 일에 미칠 수 있는 사람이 좋다. 판을 벌리는 사람이 좋다.

한편으론 상대가 나를 방치한다는 느낌에서 오는 은근한 쾌락도 즐기는 것 같다. 나는 마음 그릇이 그리 큰 사람이 아니다. 기다림 끝에 오는 잠깐의 쾌락을 위해서 콩알만 한 그릇을 붙잡고 견딘다.


처음부터 고통에서 쾌감을 발견할 수 있던 건 아니다. 이런 남자를 만나면서도 빠른 답장과 많은 데이트 시간까지 내게 할애해 주길 바랐다. 자학과 다를 바 없었다. 무책임했다. 하소연을 듣던 친구가 내게 한 가지 얘기를 들려주었다. 지금이 원시시대라 생각해 보라고. 나무 열매를 수집하거나 기껏해야 토끼를 사냥해 오는 남자는 금방 동굴로 돌아왔을 것이라고, 조마조마하며 기다릴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매머드를 사냥하는 남자는 달랐을 것이라고 했다. 며칠씩 커다란 사냥감을 쫓아 동굴을 비웠을 것이고, 그동안 넌 마음을 졸이며 괴로워하겠지만 결국은 매머드 고기를 먹었을 것이라고 말이다. 이 얘기를 듣자마자 무릎을 탁 쳤다.


요새는 모두가 육각형 남자, 여자를 찾지만 그런 사람은 없다. 지금 당신 옆에 연인이 있다면, 단언컨대 육각형이 아닐 것이다. 뜯어고치고 싶은 무언가가 반드시 하나는 있을 것이다. 이는 당신을 위한 기회이다. 충분히 사유해 보길 바란다. 당신이 그이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 어떤 빛나는 장점에 끌렸는지, 참을 수 없는 단점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라. 모든 단점은 롤러코스터처럼 짜릿할 수 있다. 그걸 즐길 수 있는 사람에겐 말이다. 내가 이 페이지를 통해 하고 싶었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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