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r from the madding crowd
얼마 전 서점에서 찾고 있던 ‘토마스 하디’의 ‘귀향’이라는 책을 도저히 찾을 수가 없다. 내가 책을 찾고 찾는 곳은 언제나 중고서점이라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몇 번이고 서점 내 검색대에서 검색 키보드를 두드려보지만 ‘귀향’이라는 그의 서적은 없기만 하다. 아마도 중고서적이라도 독자라면 소장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는 것을 반증할 것일 수도 있다.
그러던 때 내 눈에 문득 들어온 빨간 드레스의 금발 미녀가 뒤를 돌아보며 숲 속에서 도망치는 듯한 강렬한 책 커버가 영국 소설 코너에서 내 눈에 들어왔다. ‘토마스 하디’의 ‘성난 군중으로부터 멀리’ 영어 제목으로는 ‘Far from the madding crowd’...
가장 위대한 러브스토리라는 가디언지의 문장과 그의 불후의 명작으로 불린다는 저서이다. 아마도 그 이야기를 빗대어 많은 영화나 드라마 등의 사랑이야기로 재 탄생되고 이어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늦은 여름이 지나고 곧 서늘해지는 가을 문턱에서 가볍게 그러나 감동적인 러브스토리 하나 읽고
싶은 생각에 책을 집어 본다.
영국 소설이라면 여성작가인 ‘제인 오스틴’의 소설에 익숙해 버린 나에게 영국 남자의 러브스토리는 어떻게 쓰였을지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최초의 페미니스트 문학이라는 평판까지 얻을 정도였다고 하니 그 시대적 상황에 반항이 있었겠으나 지금의 우리 시대의 관점에서 보면 꽤 유쾌한 스토리가 담겨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간단한 줄거리는 아래와 같다.
영국의 한 외각의 도시에 밧세바라는 어여쁜 여성이 살고 있다. 독립적인 그녀는 성실한 양치기 가브리엘 오크에게 청혼을 받지만 거절한다. 하지만 그녀의 미모는 많은 남성들의 관심사요, 부유한 농장주 볼드우드도 그녀에게 호감을 표한다. 그 와중 파산하게 된 가브리엘은 밧세바의 농장에서 일을 하게 되고 그녀는 그를 의지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머지않아 그녀에게 반한 또 한 명의 남성, 군인 트로이가 등장하니 밧세바는 혼란에 빠진다. 결국 트로이의 청혼에 결혼을 하고 만다. 트로이에게는 동시에 자신의 아이를 임신한 패니라는 여성이 있었고, 밧세바와 그녀를 둘러싼 트로이, 그리고 볼드우드, 가브리엘 사이에 벌어지는 격정의 사랑이야기가 펼쳐진다. 패니의 죽음과 이어진 트로이의 죽음으로 밧세바의 운명은...
일부 독자들은 2015년 영화의 매력적인 배우 ‘케리 멀리건’의 밧세바를 떠올릴 수도 있다. 아직 영화를 보지는 못했지만 소설을 읽고 난 후로 몇몇 영화로 잠시 봤지만 역시나 매력적으로 끌렸던 배우 '케리 멀리건'과 또 그의 남자들 가브리엘, 볼드우드, 트로이 역 배우들이 너무 궁금해진다. 그리고 그들은 어떻게 밧세바와의 사랑을 그려낼까?...
시대적으로 여성의 현실적 역할에 반하여 그에 청혼하던 남자들에게 의존하거나 굴복하지 않았던 밧세바..
어쩌면 글의 마지막까지 그를 기다리고 보호해? 주었던 가브리엘 오크와의 우정을 넘어 서로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는 부분에서 여성을 어느 정도 남성과 동등한 위치에서 그려낸 페미니즘적인 사랑이야기라고도 불릴 수 있을 것 같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선하고 의리 있고, 운명에 저항하지 않는 지고지순한 가브리엘의 사랑을 외면하는 밧세바의 태도에 답답한 마음과 어리석음을 느끼고 있었다. 아마도 여성이라면 마땅히 저런 남자를 받아들여야 된다는 남성 우월주의적인 사고가 나에게 어느 정도 있었음을 분명하게 느끼게 되었다. 그치만 가브리엘을 외면하고 당당히 격정적인 사랑의 끌림으로 트로이의 사랑을 받아들이게 된 밧세바와 그녀의 처절한 잘못된 사랑의 결말을 누가 비난할 수 있을까? 과연 주인공이 여자가 아닌 남자였다면 그렇게 그런 비난을 받겠는가?
어쩌면 내가 밧세바였다면, 나 또한 새롭게 등장한 격정적인 끌림에 사랑을 고백해 버리지 않았겠는가? 또 어쩌면 누구든 그러한 격정적인 사랑의 감정이 어느 순간 자신에게도 또 찾아올거라는 기대를 갖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잠시 웃게 되는 상상으로 밧세바와 같은 지금 아내와 가브리엘 같은 나 자신을 그려보게 되었다. 그 결말이 어떻게 되든 진정한 사랑을 찾고 사랑에 빠지는 것은 너무나 아름답고 귀하지 않겠는가? 누구나 가끔은 진정한 사랑의 마지막 주인공을 갈망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리고 그 결말에 주인공들은 해피엔딩으로 서로를 바라본다.
토마스 하디의 ‘성난 군중으로부터 멀리’의 작품이 놀라운 것은 어찌 이렇게 많은 사랑의 모습을 한 스토리에 엮어 놓았는가?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가브리엘과 밧세바의 우정과 사랑, 순순하지만 편협적인 볼드우드의 사랑의 갈구, 트로이와 패니의 첫사랑과 같은 이룰 수 없는 죽음으로 끝난 사랑이야기 그리고 그 모든 사랑의 연결 속에 있는 매력적인 밧세바...
결국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러브스토리’를 나는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러브스토리s 라고 다시 불러 본다. 그 모든 사랑 이야기들이 가슴 떨리고 시리지 않은 내용이 없다.
‘친절한 빛이여, 나를 둘러싼 어둠 속에서 나를 인도해 주시오!, 그대 나를 계속 인도해 주시오’ (밧세바)
이제 어느덧 선선하고 낙엽이 지는 가을이 찾아왔다. 그리고 그대도 나에게 다시 찾아오리라. 나는 그대를 갈망하고 안아 나의 숨결을 또다시 내어 주리라. 이 모든 혼란과 광란의 무리로부터 벗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