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된 연습실

sonagi

by duke j

(2025.5.20일 기록)

1980년대 후반까지 학교의 응원곡 반주는 관악 전공자들로 구성된 음대 취주악부가 담당하고 있었다. 물론 그 취주악부 밑에서 전자음향 백업하던 비전공 딴따라 학생 구성의 락밴드도 있었다. 마침 그때쯤 브라스 소리까지 대체가능한 신디사이저가 출시되자 기계공학 전공하던 락밴드의 기타리스트 하나가 대학 학생처장 찾아가 음대에 주던 예산 반값으로 학교의 모든 응원곡 연주를 전담해 보겠다고 설득 들어갔다. 당시 학교 응원단 뿐 아니라 응원곡 연주하던 취주악부도 학생처로부터 엄청난 예산(수십년 지난 요즘에 액면으로 다시 들어도 정말 놀랄만한 액수다)을 지원받고 있었는데 그 이권사업을 넘본다는 건 당연히 미친짓이었다. 이웃학교와 5개 종목 운동경기로 매년 맞붙어야 하는 정기전이 전제된 상황에서 응원 음향의 공격성에 있어 브라스 파열음을 이길만한 전자악기 구성은 있을수 없다란 의견이 지배적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 학교는 (학생놈들이든 교수들이든, 수십년 전이든 지금이든) 다른 학교에 비해선 새로운 시도에 매우 개방적인 학풍을 지니고 있었다. 사실 별 기대 안했는데 느닷없이 넘어온 큰 과업에 락밴드 딴따라 지들도 한동안 당황해 했다. 음대 취주악부에 불려가 엄청 혼나겠다 각오도 하고 있었지만 사실 음대 선배들이야 한다리 건너면 다 친형 친누나들이거나 또 그 사람들의 친구들이어서 머 큰일 벌어지진 않았다.

이제는 이 나라의 거의 모든 대학에 일반화된 학교 응원곡을 담당하는 공식 락밴드의 첫 시작이 그런 거였다. 수십년전 이 딴따라들의 초기 멤버들은 학교 대강당의 북쪽 끝 작은방을 연습실로 쓰다가 학교 예산에 포함된 공식 기관으로 등록된 이후 더 넓은 남쪽 방으로 이사했다. 곧 축제라 해서 지나는 길에 한번 들러봤는데 후배님들 송도든 원주든 다른 캠퍼스에 가서 리허설 중이신가 보다. 오래전엔 드럼이 사진의 왼쪽끝 선반 밑 어두운 구석에 있었는데.. 사실 그때 난 이방이 이렇게 깨끗해질 거라곤 상상 못했다.

#아카라카2025 #응원곡 #sonagiband

작가의 이전글우연히 마련된 시드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