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 생각해봐야.
한동안 국영 투자은행이 벤처기업에 투자할때 대상 회사의 회계실사를 맡아하던 때도 있었다. 투자심사 단계에서 피투자회사가 내부회계관리제도를 정비해 놓고 있는지 과거 재무자료에 문제가 될 만한 내용은 없는지 확인하는 회계실사가 끝나야 투자사의 최종 의결 절차인 투심위가 열릴수 있었다. 내가 실사했던 벤처기업 두곳이 한 지역의 공단 안에 같이 있었는데 정말 우연찮게 그 두 기업간 토지 거래가 진행되고 있단 소식을 나중에 전해 들었다. 매수회사 사장의 연락을 받고 회사를 방문해보니 확장할 공장부지가 필요해 겨우 땅을 팔고자 하는 회사를 찾긴 찾았는데 매도회사가 사정이 있어 당장 매매계약을 체결할순 없다는 통보를 받았단 거였다. 양사간 서로 논의 중에 우연히 내 이름이 나와 그걸 계기로 더 가까워지긴 했는데 매도회사 사정상 공장을 짓더라도 당장 토지에 대한 명도는 불가하다라고 하니 이유를 알아봐 달라는 거였다. 바로 매도회사 사장에 전화해 내용을 물으니 매도사가 팔아야 할 땅은 관할 지자체에서 저가로 특례 불하해주는 대신 제3자에 매매를 할수 없도록 제한을 두었고 특정 기간내 자사 공장을 짓지 않을 경우엔 회사가 지불했던 땅값을 그대로 돌려받고 땅을 다시 지자체가 환수한다는 조건이 걸려있다고 했다. 결국 매도회사는 그 땅을 임의로 3자에 팔수는 없는 상황이었고 매수회사가 굳이 그 땅을 쓰려면 땅은 매도회사 명의로 두고 그 위에 매수회사가 공장건물을 지어 점유 사용하다가 나중에 사후관리 기간이 종료되면 매매계약을 체결해 명도하는 방식 외엔 대안이 없다는 게 타 유명 법무법인이나 대형 회계법인들의 자문의견이었다고 했다. 당시 양사가 놓인 입장을 보자면 매도사는 마침 자금 사정이 악화돼 수년전에 저가로 불하받은 땅을 상당히 오른 현시세로 팔수만 있다면 큰 도움이 될 수 있었고 매수사 역시 터무니없는 가격을 부르는 다른 땅을 살 처지는 못되어 이 땅 외엔 대안이 없었는데 그나마 공장을 지을 자금을 토지 담보 대출로 조달해야 해서 땅의 명도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었다. 나역시 별 생각이 떠오르지 않아 " 허허 거참 딱하게 되었네요.." 라고 말하고 조용히 혼자 있을 요량으로 양평집으로 돌아왔다. 그날 밤 시골집에 앉아 계속 그 딜에 대해 생각을 거듭하다 보니 문득 해결책이 떠올랐다. 매도회사를 땅만 있는 자회사와 그를 지배하는 모회사로 물적분할하고 그 자회사의 주식을 매수회사가 인수해 합병하면 문제가 해결될 거로 보였다. 다음날 매도회사 사장에게 생각해낸 딜구조를 설명하고 그리하는 경우도 지자체가 금지하는 토지의 임의 매매거래에 해당되는지 확인해 보라 지시했다. 결과는 다행스러웠다. 매도사는 물적분할된 자회사의 주식 100%를 땅의 시세를 적용한 가격으로 매수회사에 팔았고 매수회사는 지분을 인수한 분할회사와 바로 합병을 추진해 결과적으로 그 땅을 취득하고난 뒤 그 위에 공장건물을 지어 올렸다. 시간이 어느정도 지나고 나서 매도회사의 cfo가 새로 선임되었다며 인사를 왔다. 그때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해냈냐 질문하길래 겉치레 다 빼고 내가 그바닥 1인자이던 시절이 있었다고 솔직히 말해줬다.
#토지매매 #물적분할 #합병 #mna
혹시나 이런 거 우리 회사에도 한번 써볼까 하는 사람은 없길 바란다. 원래 이상한 짓은 처음엔 어찌어찌 넘어갈수 있지만 재활용 때부턴 이런저런 견제가 많아진다. 업소 얘기는 자제해야는 건데, 괜한 짓 해본거니 그냥 보고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