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깊이 숙여야 해.
(2024.3.13일 기록. 벌써 2년 지남.)
바뀌는 밀레니엄 즈음에 벤처캐피탈 일을 할땐 하루 서너개씩 회사 소개서가 들어왔는데 대부분은 광고로 수익을 내겠다는 인터넷기업의 투자제안서였다. 인터넷 서비스가 돈을 벌어 줄거란 주장은 당시 상황으론 사기에 가까웠다. 닷컴 붙은 도메인 하나 파와서 한국 창투사들에게 몇십억 투자를 요구하는 미국 변두리 커뮤니티칼리지 출신 창업자들도 허다했다. 이미 공공연히 서비스가 알려져 있던 회사들마저 밑빠진 독에 돈을 쏟아부어야 했던 시기였으니 그 뜬구름 같던 인터넷 기업의 사기 행각들이 언제 끝날지를 가지고 내기를 즐기는 건 당시 꼰대들의 진득한 소일거리였다.
그후 10여년이 더 지난 즈음에 겪었던 일이라고 내 지인이 가끔 내게 되뇌어 말하곤 하는 사연이 또 있다. 강북에 소재한 h대학에서 전산을 공부하던 어린 학생 하나가 검찰에 불려 다녀야 할 일이 생겨 별거 아닌 도움을 좀 주었는데 그놈이 보답할 게 없다고 당시 코엑스 지하에서 테이블 하나 두고 장사하던 허름한 카페 한곳에서만큼은 쓸수 있다는 무슨 동전 몇백개를 지갑에 넣어 주겠다고 해서 웃으며 엉덩일 토닥여 줬다고 한다. 놀랍지 않은가. 10여년전 그 당시에 이미 코엑스 지하 어느 구석 카페에선 그걸 커피 한잔의 대가로 받아줬었다는 사실이. 차 한잔 값은 된다며 가난한 대학생이 인사치레로 건내려 했던 그 이상한 동전은 나중에 알고보니 비트코인이란 멀쩡한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수십년전 애들 장난 같아 실체가 없는 사기라 폄하되던 인터넷 서비스는 오늘 구글과 ms와 아마존과 네이버와 카카오와 쿠팡이 되어있다. 전산을 전공한 가난한 대학생이 취미삼아 수집했다는 그 허접해 보이던 비트코인의 객단가는 지금보니 1억원이 넘어가 있다.
젊은이들이 주목하는 그시대의 새로운 것들은 항상 기득권 세력의 조롱과 멸시를 받는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새롭게 태어나는 어설프고 비천한 모든 것들이 당시엔 누구나 인정하는 힘있고 오래된 것들을 결국 다 이겨내 대체하고 만다는 진리를 알고만 있어도 세상은 우리 모두에게 끝없는 기회의 땅이다. 물론 허들은 있다. 지 생각을 바꿔보겠다는 무모함이 없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이 모든 것들이 다 허망한 논의일 뿐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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